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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트

0 1 │ 어반 하이브리드

4호선 동대문역에서 내려 창신시장 골목을 지나고 나면 어느덧 가파른 언덕과 비좁은 골목을 따라 오토바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곳곳의 수십개의 환풍구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골목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창신동 봉제촌’이라 불리는 곳으로, 작은 봉제공장 980여곳이 모여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의뢰 받은 옷감을 재단하고 재봉하여 납품하는 곳이다.





창신동 봉제마을


창신동 봉제마을


창신동 봉제마을은 70, 80년대부터 동대문 패션 산업의 주축을 이끌며 우리나라 봉제 산업 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 이바지한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곳 창신동 일대의 공장들은 중국 공장들의 저임금 노동력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는 여타 공장들의 물량싸움에 대적하지 못하여 속앓이를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노후화된 환경과 대를 잇지 못하여 점점 노령화되고 있는 봉제 노동력에서 오는 한계들이다. 정기적으로 공급 받던 동대문시장의 주문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창신동 봉제공장들의 수입구조가 불안정해졌고 노동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노동력 대비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창신동 봉제 장인들은 물론 공장들조차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봉제공장들은 서로간 공임경쟁을 통해 주문 물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경기와 사회 분위기에 민감한 의류산업인지라 경기가 좋지 않은 해에는 성수기인 3~6월 사이에 이미 일감이 줄어드는 실정을 겪은 지 오래다.





어반하이브리드


어반하이브리드(Urban Hybrid)는 이곳 창신동 봉제공장들과 신진 디자이너들을 연결해 줌으로써 지역산업 재생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신table>을 운영하는 커뮤니티 개발회사이다. 커뮤니티 개발이란, 도시 내 커뮤니티가 가진 실질적인 어려움을 발견하고 주민들과 논의하여 해결방안을 찾는 사회서비스로, 지역의 점진적 재활성화를 지향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기업, 그리고 공공이 협업하여 발전해가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커뮤니티 개발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발적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 가능하고 발전이 용이한 개발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인데, 이때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부터 존재해 왔으나 점점 낙후되거나 위축되고 있는 자원과 사업을 자연스럽게 활용하여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주민들과의 소통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역 주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며,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신table 프로젝트


창신table 프로젝트


창신테이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두 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한다. 우선, 봉제 공장들이 창신테이블을 통해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접선했을 때, 이들이 원하는 물량(동대문에서 받아오는 기존 물량에 크게 못미치는 적은 주문량)을 접수하여 다른 곳보다 적은 단가에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창신table의 손경주 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창신동은 자생적 경제생태계를 갖춘 동네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임과 동시에 일터가 되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만큼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동네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작업 방식과 환경의 관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창신테이블 사업을 하며 가장 크게 부딪히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창신테이블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동대문 시장에만 의존하던 창신동 봉제공장들이 지역에서 벗어나 지역 외부와 소통함으로써 신규 수입원을 개발하고 창신테이블 플랫폼을 통해 제작된 제품들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에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는 큰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공장들을 참여로 이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 여러 디자이너들이 이곳 봉제 공장들과 접촉하고, 디자이너와 공장간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이 이곳에서 제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판매로 창출된 수익으로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고 공장들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정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활동이 되기 위해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시급한 부분은 유통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창신테이블을 통해 제품을 생산해도 이것이 유통되지 않는다면 디자이너들은 작품을 계속적으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죠. 창신테이블 플랫폼을 활용하여 처음 탄생한 브랜드는 ‘grogro(그로그로)’인데, 디자이너와 공장이 합작으로 캐릭터 디자인 상품을 제작했습니다. 웹사이트와 몇몇 캐릭터 페어를 통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판매량을 키워서 본 사업을 잘 정착시키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습니다.”





도시재생사업


창신테이블과 같이 지역과 외부의 협력 하에 도모되는 도시재생 사업들은 이미 국내나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물리적인 환경개선 위주의 도시개발 패러다임은 한시적이고 인위적이라는 판단 하에 대안적 모델로 등장한 것인데, 이와 같은 사업 모델은 특히 창신동과 같이 특수한 자원(기술과 산업단지)이 밀집되어 있는 잠재력 높은 지역에서 빛을 발할 기회가 많다. 전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의 는 기존 패션제조산업을 보전하여 지역 정체성을 확보한 대표적인 곳인데, 이 지역의 건물 중 50%는 의류관련 생산 공장에게만 임대를 허용하는 규정을 세우고 특정 지역에 쇼룸이나 패션 관련 사무실들을 위치하게 함으로써 뉴욕의 패션제조산업 유지를 위한 제도적, 공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뉴욕 패션 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함과 동시에 지역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을 양성하여 다방면으로 기여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창신동에는 어반하이브리드와 창신동 협력네트워크를 꾸려 함께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사업들이 여럿 있다. 이중 <000간>은 봉제공장 밀집지인 창신동에서 생산과 문화예술을 함께하며 지역주민과 공생하고자 하는 공공 공간이다. 이들은 미술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예술로서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삶의 장소에서의 예술’을 지향한다. 창신테이블과 마찬가지로, 000간은 예술가들과 봉제인들의 협업 하에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 재생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궁극적 목표


궁극적 목표


창신테이블이 궁극적으로 다다르고자 하는 지점은 창신동 봉제공장들이 대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라 한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공장 주문량과 낙후된 환경 때문에 불안정한 직업을 젊은 사람들이 마다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창신테이블이라는 플랫폼이 새롭게 시작하는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에게 작업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고 한다. 현실적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봉제공장들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제공해 주고, 더 나아가 생산된 작품들을 고정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장과 예술가 모두에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주는 것이다. 어반하이브리드는 리하드 파이저(Richard Peiser) 교수의 말을 빌어 “아름답지만 재정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반하이브리드에서 계획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 특히 창신테이블이 보여주는 열정과 계획들은 봉제업 종사자들과 예술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줌으로써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가치를 이끌어내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뚜렷하지 않은 이들의 하루하루가 ‘미래’와 ‘앞날’이라는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이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 참조
www.urbanhybrid.co.kr │ changsintab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