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홈페이지 메인으로 바로가기 > 문화이야기 > 문화리포트

문화리포트

0 3 │ 한복의 재발견

지난해 추석을 전후로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 한복진흥센터(센터장 최정철)에서는 대국민 5천 여 명을 대상으로 한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활용 실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복입기를 꺼리는 이유로는 관리와 착용이 번거롭다는 것이 1순위였고, 입고 일을 하거나 행동하기 불편하다는 이유가 2순위였다. 즉 한복은 오늘날의 생활방식과 상충되어 아주 특별한 날에만 입는 특수한 의복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복은 어느 순간 불편하고 고루한 옛날 옷이 되어 명절에도 한복을 입는 문화는 사라져 가고 있다. 한복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식도 변해야 하며, 한복도 새로운 시대를 입을 때가 왔다.


 

좌)이노주단의 한복 우)다양한 소재의 이노주단의 원단
좌)이노주단의 한복 우)다양한 소재의 이노주단의 원단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움직임

 

지난해 10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문화역서울 284에서 ‘2014 한복의 날’ 행사가 열렸다. 다양한 행사 가운데 한복 패션쇼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가졌던 한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한복의 향연이었다. 한복진흥센터 서영희 예술감독의 연출로 진행된 한복 패션쇼는 한복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입을 수 있는 한복을 제안하는 ‘신(新)한복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로서 8명의 한복디자이너가 64벌의 한복을 선보였다.

전통은 과거부터 오늘까지 이어져 있다. 전통이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겨지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 사용되어져야 하는데, 한복 역시 사람들이 많이 입어야만 오늘날의 옷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복은 아직까지 우리 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복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기능과 모양을 갖추어야 한다.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한복을 찾아내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움직임이 되려면 개발된 한복들이 시중에 판매되어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대중화 단계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했던 이노주단 오인경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한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한복의 대중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4 한복의 날’ 포스터
‘2014 한복의 날’ 포스터


 


 

입어보고 싶은 한복을 만드는 ‘이노주단’

 

이노주단의 오인경 대표는 오랜 역사를 가진 LA의 기술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양장을 전공한 그녀가 한복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독특한 학교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자기 뿌리를 스타일에 반영하는 것을 보고, 나도 옛 것을 좋아하는데 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된 모국의 의상, 한복에 대한 관심이 그녀를 한국으로 이끌었다.

그녀가 한국에 와서 한복 짓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까지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녀가 학교를 다녔던 미국과의 교육 환경 차이도 있었고, 개인 작업실이던 공간이 우연히 한복을 지어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지금의 원서동으로 이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이노주단의 역사가 되었다.

이노주단의 한복을 본 사람이라면 소재와 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레이스 원단을 사용한 저고리는 이노주단의 상징이 될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찾는다. 오인경 대표는 전통한복의 구조를 지키면서 소재만 바꿨을 때 나타나는 한복의 색다른 모습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쉽지만은 않았다. “레이스 바느질은 힘들어요. 그래서 기술진 선생님들이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새로운 게 없으면 발전이 없다는 잔 다르크 정신으로 설득 끝에 제작하게 되었죠.” 그녀의 자유로운 창의력 속에 묻어나는 단단한 가치관이 느껴졌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인경 대표는 린넨과 면 소재로도 한복을 만든다. 한복 세탁은 보통 실크 소재이기 때문에 드라이크리닝을 해야 하지만 그녀는 물빨래가 가능한 면과 린넨으로 한복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현시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한복은 평면재단을 하는 옷이기 때문에 물빨래가 가능한 면이나 린넨 한복이더라도 세탁을 하게 되면 본래의 선이 틀어지고 만다.


 

이노주단의 식물성 소재 한복 저고리
이노주단의 식물성 소재 한복 저고리: 100% 면, 치마: 100% 린넨
(사진 제공 : 이노주단)


 

제가 양장을 했을 때도 면 소재를 좋아해서 제가 (면 한복을) 입으려고 하다가 처리법을 개발했어요. 면 소재 사용은 제가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어서 애먼 누에를 너무 많이 잡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옷부터 만들었고, 또 면 소재 한복이 자리를 잡았으면 해서 시작했어요. (중략) 하지만 처리 단계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면 한복과 실크 한복 가격이 같아요. 사실 면 한복이 더 비싸야 해요, 그 처리과정 때문에. 많이 입게 하려고 만든 건데, 오히려 금액이 올라서 이의를 제기하시지만 그 방법이 너무 어려워요. 아직도 계속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노주단의 한복은 단순히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새로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인경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탄생한다.


 


 

이노주단의 신(新)한복

 

오인경 대표는 자신만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8벌의 신한복 컬렉션을 제작했다.


 

“(컬렉션의) 따로 컨셉은 없어요. 본래 패션쇼는 디자이너가 스토리라인을 세우고, 패션하우스에서 색깔이 정해지면 그 내용을 합해서 컬렉션을 구성해요. 그런데 이번 쇼는 제가 한복을 시작하고 처음 하는 쇼이기 때문에 저한테는 한복이라는 스토리라인이 이미 있었던 거죠. 팀 버튼을 좋아하고 제가 쓰는 색이 있기 때문에 그 색(검정)을 썼어요. 그 외에는 늘 하던 거를 했어요. 만약 두 번째 쇼라고 한다면 컨셉을 정했을 것 같지만 첫 번째 쇼였기 때문에. 저는 구조 자체를 전통한복 그대로를 사용했어요. 치마도 17세기 허리치마에서 길이만 바꾼 것 밖에 없죠. 길이와 동정을 넣느냐 안 넣느냐 이외에는 한복이 가지고 있는 만드는 법과 구조를 바꾼 것이 없어요.”


 

한복의 날 패션쇼 ‘신(新)한복 개발 프로젝트’ 결과물
이노주단 오인경 대표의 ‘신(新)한복 개발 프로젝트’ 결과물을 한복의 날 패션쇼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 : 한복진흥센터)


 

이노주단의 한복뿐만 아니라 한복 패션쇼를 통해 세상에 나온 신한복들은 하나 같이 예뻤다. 그러나 시중에서 신한복들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기성복으로 어떻게 풀지 계획이 먼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중략) 제대로 복원이 된 옷이었음 좋겠고 그래서 기성복으로 만들었을 때 한복이다 아니다 라는 엇갈리는 평가를 원치 않아요. 저부터가 한복이다 아니다 라고 생각을 안 해요. 이건 ‘옷’이라고 생각하죠. 쇼에 나온 컬렉션은 장인 선생님들이 만드신 거죠. 이걸 기성복으로 뺐을 때 (컬렉션의) 그 라인이 나올까 싶어요.” 신한복의 개발과 동시에 유통까지 곧바로 이어질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은 성급했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옷들은 그야말로 장인의 손길로 탄생한 최고 품질이기 때문에 가격 책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오인경 대표의 말처럼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적정한 기성복의 품질과 가격, 유통경로 등의 계획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신한복 개발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한복이 나아갈 길

 

최근 한복에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개인 블로그에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는 20~30대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청바지와 운동화를 한복과 함께 입는 등 거침없는 스타일링에 눈길이 간다. 오인경 대표 역시 평소에도 한복을 즐겨 입는다고 한다. 그녀에게 일상에서 한복을 쉽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제가 쇼에서 입었던 한복이 17세기 허리치마 방식으로 말기치마로 해서 그냥 입었어요. 그 위에 블라우스와 니트를 입었죠. 허리치마는 활용하기 좋아요. 신발은 앵글부츠도 잘 신어요. 정말 기회가 되면 꼭 시도해보세요. 거울을 보고 무엇을 입어도 되요. 저는 한복에 백팩을 메기도 하고 운동화를 매치하기도 하죠.” 실제로 사전 미팅 때 그녀는 청바지에 배냇저고리를 매치하고 머플러를 둘렀는데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링이었다.

신한복 개발과 더불어 한복의 스타일링을 연구하는 것도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중요하다. “코디방법 등을 해결해야 기성복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다고 봐요. 옷장에 걸려있는 어떤 블라우스나 어떤 옷과 걸쳐져도 어색하지 않아야 기성복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처럼 일상에서 우리는 한복만 입고 다닐 수는 없다.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옷들과 매치하기 쉬운 한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복과 기성 옷과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가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한복을 대중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야 대중화가 될 것 같아요. 한복이라는 것을 잊어야 해요. 한복은 옷이에요. 옛날에 입었던 옷. 어떤 부분이 쿨(cool)한지 보고 스타일링을 하는 거지 ‘이건 한복이니까’를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대중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어깨가 무겁겠다’라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안 무거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복원 작업은 그대로 쫓아서 하지만 그 외에는 잊고 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한복이 옷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한복에 대한 딱딱한 고정관념을 말랑말랑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기대하며,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만들어나가는 이노주단의 행보에 함께 주목해 보길 바란다.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이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노주단의 다양한 한복 모습은 홈페이지 참조
www.inohjud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