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포트
0 4 │ 문화로 세상을 보는 월간 <토마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3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정악화 등의 원인으로 휴간한 적이 있는 잡지사는 7.1%에 달했고, 잡지판매수입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잡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잡지사의 30.1%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과 독자 감소를 이유로 온라인 발행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미래학자 로스 도슨 Ross Dawson 은 한국의 종이 신문이 2026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이 잡지의 미래 역시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종이 매체의 사망 선고를 앞두고, 잡지를 기반으로 하는 종합문화예술 미디어콘텐츠그룹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대전의 문화예술잡지 월간 <토마토> 이야기다.
대전의 문화예술잡지, 월간 <토마토>
2007년 5월 창간호를 낸 월간 <토마토>는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3명의 기자들이 글도 쓰고, 사진도 촬영하고, 편집도 하는 고군분투 속에 탄생했다. 지금은 기자 및 디자이너 15명과 1,000여명의 정기구독자를 보유하고 올해 8월이면 100호를 발행 예정인 문화예술잡지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받아 사회적 기업인 공감만세와 함께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월간 <토마토>의 이용원 편집국장에게 ‘문화예술’을 화두로 잡은 이유부터 물었다.
“저희가 창간할 때 창간 멤버들끼리 모여서 예술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졌던 건 사실이고요. 처음부터 문화라는 말을 붙였던 거는 우리가 다루는 콘텐츠가 문화적이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문화라는 개념이 애매하게 쓰이기는 하는데 그런데 사회학적 정의를 보면 태생적인 것들 말고, 사람이 사회를 구성을 하고 삶을 영위하면서 만들어내는 모든 산물을 다 문화라고 정의를 하니깐 굉장히 포괄적인 거죠. 그러니깐 정치나 법, 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 대부분의 모든 것들을 다 문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괄할 수 있는데 우리 잡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면 문화예술적 시각으로 사안들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문화라는 말을 붙였을 때 사실은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좀 다른 시각을 갖자는 내부의 어떤 합의이기도 했거든요. 똑같이 바라보는 게 아니라 좀 다르게 바라보는 것을 우리 잡지의 어떤 특성 내지는 특징으로 잡았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잡지라는 규정은 결국 세상을 보는 <토마토>의 시각이 ‘문화적’이라는 선언이다. ‘무엇을’ 다루느냐에 고심하기 보다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잡지가 고유의 관점을 가진다는 것은 특별하다. <토마토>가 특별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콘텐츠 유통에서 생산까지
문화예술잡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전지역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잡지에 싣는 한편,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과 마을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토마토>가 담고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동시에 <토마토>는 일반적인 잡지의 위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잡지로서는 기사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콘텐츠 생산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월간 <토마토>는 직접 콘텐츠가 될 이야기를 생산해낸다.
북카페 ‘이데’ ‘이데’는 현재 커뮤니티로서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리뉴얼 중이다.
4월 중순이면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사진제공 : 월간 <토마토>)
“시작은 잡지로 시작을 하긴 했는데 이게 잡지가 갖는 속성 자체가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고 유통하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물론이고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까지도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들의 하나의 선상에서 보고, 이데라는 북카페를 운영을 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는 것도 좀 넓은 개념에서 보면 우리가 우리의 콘텐츠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데에서 벌이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은 당연히 우리의 콘텐츠로 담기고, 그것이 다시 유통이 되고. 이러한 과정들이 지역의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을 한 거죠.”
말하자면 월간 <토마토>가 운영하는 북카페 이데에서 콘서트,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개최하고, 이를 다시 <토마토>에 싣는 방식이다. <토마토>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문화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토마토>는 버려진 공터를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을 직접 감행하고,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루일방크 프로젝트과 광주의 ‘책 읽는 벤치’에 영감을 얻어 ‘책바구니 프로젝트’에 나선다.
루일방크 프로젝트(Ruilbank Project)
다 읽은 신문을 누군가 읽도록 두고 가는 지하철의 관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공장소에 있는 벤치에 빨간 집게를 설치해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되었으며, 책 읽는 즐거움과 공유의 기쁨, 일상 공간을 즐기기 위해 고안됨 2013년 9월, 광주 전남대학교에서는 루일방크 프로젝트에 영감을 얻어 작은 벤치에 책을 두고 함께 읽는 ‘책 읽는 벤치’운동이 시작되었고, 현재 100여 명의 자발적인 벤치지기가 활동 중. 연이어 충북 충주와 대구에서도 책 읽는 벤치가 탄생함
책 읽는 벤치 같은 경우에는 갖다 놓은 지 이틀 만에 다 없어지고 게릴라 가드닝한 공간은 벌써 다시 또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그런데 우리가 만일 매체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했던 행위들이 정말 힘 빠지고 실망스럽고 할 건데 저희는 그 행위가 끝나는 게 아니라 매체에 기록을 해놓고 그것들을 유통시키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깐 그런 것들이 분명히 미치는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진행을 하는 거죠.”
실패가 예상되는 일이라도 결국 <토마토>의 콘텐츠로 만들어질 것이기에 즐겁게 실패할 수 있다는 것. 그 실패가 결국 지역의 문화예술계,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비단 이용원 편집국장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토마토>에 내일을 묻다
<토마토>가 보여주는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토마토> 역시 최근 잡지사들이 겪고 있는 부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처음 목표보다 정기구독자수 증가는 빠르지 않았고, 잡지 발간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디자인 등의 부수입을 통해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현재 단계에서 <토마토>는 버티는 거가 제일 중요한 과제예요. 2015년 들어서자마자 아침 회의 때마다 우리 구성원들에게 늘 하는 얘기는 이제 하청일 그만하고 우리 거 가지고 우리가 버티고 지탱하고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그게 가장 큰 목표인데요, 잡지 구독자와 잡지 광고 이런 것들이 우리의 기본 상품이잖아요. 그걸로 우리 인원들이 버티고.”
<토마토>의 위기는 고전적 매체인 종이 잡지로서의 미래와도 연계된다. 세계적인 신문들도 앞 다퉈 온라인 유료 서비스로 이동하는 지금, <토마토>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막막한데. 저희 매체도 인터넷이나 다른 뉴미디어와의 접합이나 접목 등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막 하고 그랬는데 다 포기했어요. 왜냐면 이게 고전적인 매체고 어차피 대중성을 확보하려고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인구 150만 도시에 구독자 한 3,000명에서 5,000명 정도를 목표로 한다고 하면 0.05%인가요? 그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얘긴데 그렇게 대중적일 필요는 없다, 뉴욕타임즈는 수백만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그런 독자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3,000명, 5,000명 정도면 되니깐. 더 올드하게 가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우리하고 접합점을 찾아낼 수 있는 독자들을 찾아내려면.”
대중성보다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접합점을 가진 독자를 찾기 위해 <토마토>가 가진 특별함이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표현이 좀 웃기긴 한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조직 자체가 혁신 조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 스스로를 뭔가 혁신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혁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재생산해낼 수 있는 그런 조직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뭐가 좀 다른 영향들을 미쳤으면 좋겠는데 거기에서 매체가 미치는 영향이 컸으면 좋겠다, 전형적인 잡지사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하는 일이 오지랖이 넓죠. 계속 그런 식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이렇게 복잡하게 얘기하다가 사람들이 잘 모르겠다는 눈치를 보이면 초창기에는 그런 얘기 했었어요. 우리는 종합문화예술미디어콘텐츠 그룹을 꿈꾼다고. 해보려고요.”
이용원 편집국장
사진제공:월간 <토마토>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이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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