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홈페이지 메인으로 바로가기 > 문화이야기 > 문화리포트

문화리포트

0 6 │ 통영의 문화예술이 머무는 곳, 봄날의 집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1,420만 명에 달하며, 그 성장률은 전년 대비 16.6%였다. 이러한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외국인 방문객은 320만 여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1%나 증가한 수치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점차 증가하면서 최근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등 숙박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콘셉트와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숙소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지역이 가진 독창적인 콘텐츠를 담아낸 숙소를 찾기란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통영의 ‘봄날의 집’은 주목할 만하다.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골 작은 골목에 위치한 ‘봄날의 집’은 동네의 오래된 폐가를 동네 건축가와 동네 출판사가 지역 장인들과 함께 리노베이션하여 통영을 찾아온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켰다. ‘봄날의 집’의 기획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2014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제4회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의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인정을 받았다.


 

좌)봄날의 집 외관 우)왼쪽부터 강용상 동네건축가, 정은영 남해의 봄날 대표, 김종량 나전칠기 장인
좌)봄날의 집 외관 우)왼쪽부터 강용상 동네건축가, 정은영 남해의 봄날 대표, 김종량 나전칠기 장인


 

‘봄날의 집’을 함께 만든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와 강용상 동네건축가, 김종량 나전칠기 장인과 통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일하던 정은영·강용상 부부가 서울에서 통영으로 터전을 옮긴 이유가 궁금했다.


 

“통영에 처음 내려오게 된 계기는 제가 아파서 내려오게 된 것도 있지만, 통영에 머무르기로 한 결심 중 하나는 문화예술이 너무 풍부하고 좋았던 것도 있어요. 문화예술 자산이 풍부하지만 잘 알리거나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으니 이런 걸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두 사람은 ‘봄날의 집’을 건축하기 전 그 안에 담겨질 콘텐츠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여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실행하는 중에도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조율하는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벽은 제한적인 재정 여건이었다.


 

좌) 1층 화가의 방 우) 장인의 다락방에 걸려 있는김종량 장인과 남해의 봄날이 함께 개발한 나전칠기거울
좌) 1층 화가의 방 우) 장인의 다락방에 걸려 있는김종량 장인과 남해의 봄날이 함께 개발한 나전칠기거울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다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제일 큰 주안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하나마나한 이야기거든요. 가장 큰 주안점이자 제일 큰 제약사항은 저희의 재정적 상황이었어요. 그 제한적인 상황 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작업을 할 건가를 고민했죠. 그래서 그런 과정에서 코디네이트하는 미적인 감각이나 그런 것을 통해 나쁜 결과물이 나오지 않게 조절했어요.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검토하고 어떤 공간의 느낌이나 그런 것을 정리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제한된 상황 안에서 코디네이션에 들어갔죠.”


 

모든 것을 극복하고 완성된 ‘봄날의 집’은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특별함을 갖게 되었다. 각 방마다 통영의 문화예술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층까지 있는 ‘봄날의 집’은 모두 4개의 방이 있는데, 각각 화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 1·2,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화가의 방에는 통영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신 故 전혁림,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장인의 다락방에는 조선시대 명품 공예 브랜드 통영12공방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을, 작가의 방에는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에 묻히신 故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곳곳의 소품 하나에도 통영의 문화예술이 묻어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에서는 故 전영근 화백의 도자기 찻잔에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문화예술 월 그래픽 지도를 보며 하루 일정을 계획해 볼 수 있다. ‘봄날의 집’은 단순한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아트하우스로 볼 수 있다.


 

“지금 봄날의 집 자체가 쇼룸이라고 보면 됩니다. 상품이 개발되면 방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들어가게 될 거에요. 지금 작가의 방도 박경리 방으로 되어 있지만 1~2년에 한 번씩 작가를 바꿀 예정이에요. 그 다음에는 김춘수 방, 백석 방 이런 식으로 바꾸고 장인의 다락방도 지금 두석장, 나전장으로 되어있는데 1~2년 단위로 바꿔서 다음은 소반장 이런 식으로 해서 조금씩 바꿔서 사람들이 매년 오더라도 콘텐츠를 바꿔서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봄날의 집’에서는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명작을 하룻밤 동안 내 것으로 체험할 수 있는 동시에 구매까지 할 수도 있다. 장인의 전통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정은영 대표와 강용상 건축가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장인이 제작을 하는 제품 개발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봄날의 집’은 지역 장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한다. ‘봄날의 집’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방침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장인뿐만 아니라 투숙객, 동네 작은 상점과의 다각도 소통을 이끌어 내며 ‘봄날의 집’을 중심으로 소규모 지역문화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장인지도>, <‘봄날의 집’ 안내서>, <봉수골 동네지도>
인근 문화 인프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남해의 봄날’과 ‘봄날의 집’에서 발간된
<장인지도>, <‘봄날의 집’ 안내서>, <봉수골 동네지도>


 

“동네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에 동네 작은 가게와 상생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게 동네지도인데 최근에 나왔어요. 저희의 단골집을 소개하면서 저희가 잘 가는 음식점, 카페 이런 곳을 소개하면서 저희 게스트들에게만 제공하고 있어요. 이 동네에서 묵으면 한 두 끼는 여기서 먹으니깐 다 물어보시거든요. 목욕탕이나 이런 곳도 지도에 넣고, 세탁도 동네세탁소에서 깨끗이 해주세요. 침구가 전통 누비니까 저희가 할 수 없고 다 가져가셔서 다림질까지 해서 가져다주세요.”


 

‘봄날의 집’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동네 폐가에 문화를 입혔더니 동네 전체가 꽃을 피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듯 지역 재생은 반드시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채워질 문화 콘텐츠와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방향에 대한 숙고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역 문화 생태계는 지속성과 자생력을 가지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량 나전칠기 장인과의 통영 전통공예 이야기

 

김종량 나전칠기 장인
김종량 나전칠기 장인
- 문화재수리 기능자격 옻칠, 3586호(문화재청상)
- 제19회 전국공예대전 금상(상공부장관상) 수상
- 경남공예품대전 대상 2회 수상 등

 

‘봄날의 집’과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고 있는 김종량 장인과 통영 전통공예의 현실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50여 년 동안 나전칠기 한 길을 걸어온 김종량 장인은 현대를 살아가는 장인은 그들만의 고집과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함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 나전칠기는 장인 혼자서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은 기술들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남해의 봄날에서 디자인하고 제가 작업을 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1세대 장인들의 작품들은 이런 디자인과 기능과 판매가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인들의 아집과 고집은 사실 많죠. 그게 장점이기도 한데 제일 단점이 그 부분이거든요.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이제는 직업을 바꿔야 하는 상황까지 도래했죠.”

공예품이 활발하게 거래되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당시의 디자인만을 고집하기에는 판매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고객의 취향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전통 디자인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하지만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존과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김종량 장인은 통영 전통공예의 보존에 대해 걱정했다. 전통을 이어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나전칠기는 세계에서도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공예품이거든요. 이 공예품이 상품으로서는 사양화돼서 사라지고 있는 문화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나라의 주인이 된다면 나전칠기 문화의 주인도 젊은이들이라고 보거든요. 중학생들이 나전칠기 체험을 하러 와서 그들이 만드는 디자인을 보면 참 참신했거든요.”

김종량 장인이 통영 전통공예의 희망을 청년 장인들에게 찾고 있는 것처럼 공예 진흥을 위해서는 젊은 2세대 장인들의 등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에 전통공예와 현대공예 양자를 모두 포괄하여 하나의 문화산업으로서 공예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흥하기 위해 2015년 5월 18일 「공예문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되었다. 소재·기법·디자인에 대한 연구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사라져 가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기술을 이전하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한국 공예가 고부가가치 창조산업으로서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이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봄날의 집’과 ‘남해의 봄날’의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
www.namhaebomnal.com/arthousewww.namhaebom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