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포트
0 8 │ 일상에서 문화를 접하다, 생활문화동아리
문화리포트 8호에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활문화동아리(동호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문화동아리는 그 주체가 문화정책을 준수한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정된 활동범위 내에서 콘텐츠와 문화자원을 제공하고 이를 수요자가 활용케 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생활문화동아리는 생활밀착형으로 기관중심 방식에서 국민주도 방식으로 전환된 오프라인 커뮤니티이다.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쉽게 체감하고 나누며, 자발적으로 문화를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다. 여기 생활문화동아리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단체가 있다. 또한 전문문화기획자의 주도에 따른 문화 활동이 아닌, 참여자가 주체가 되어 문화를 재생산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충남 서산생활문화센터
충남 서산시 석남동에 위치한 서산생활문화센터1)는 서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 6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서산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으로 서산시민이면 누구든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소규모 전시 및 발표회를 위한 다목적실과 무대를 갖추었고, 방음시설이 완비된 음악 동아리방과 다목적 생활문화동아리방을 시설로 갖추고 있다. 또한 북 카페를 운영해 자유롭게 책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있으며, 이 모든 공간의 활용은 선착순 예약에 한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곳은 서산시민이면 누구든 이용 가능합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기에 당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있죠. 이곳을 활용하시려면 몇 가지 규칙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공간이니 만큼 문화예술 이외의 활동은 이곳에서 할 수 없습니다. 종교적 성향을 가진 모임, 개인적 사교 모임, 치료나 상담 목적 등의 모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 등은 시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센터 개관이래 많은 분들이 이곳을 활용하시면서 운영지침을 모두 잘 지켜주셨습니다. 또한 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장려하는 상황이기에 운영하면서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이곳을 찾아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1)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의하면, 생활문화센터는 기존 문화시설을 활용하거나 유휴공간을 탈바꿈하여 지역 공동체 형성을 위한 거점 플랫폼으로 조성된 커뮤니티 공간이며, 국민 누구나 생활문화센터에서 생활문화예술에 참여해 문화를 보다 쉽게 즐기고 일상생활에서의 행복감을 주는 문화여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전국 13개 광역지자체에 35개의 시설을 선정하고 생활문화센터의 유형(생활권형, 거점형)을 구분하여 조성과 운영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문화동호회가 활성화 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www.gokams.or.kr)에 안내되어 있다.
서산생활문화센터 전경
서산생활문화센터는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 현재 50개의 생활문화동아리(322명)가 이 시설을 활용하고 있고, 6회의 전시회와 5회의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문화의 재생과 부흥,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개관 1주년(14년 9월 개관)을 맞이하기도 전에 누적 이용객 수가 1만 3천여 명을 넘어섰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지역문화인프라로서 의무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수치이며, 생활문화 확산에 있어서의 잠재적 가능성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현황이다.
생활문화동아리
50여 개의 생활문화동아리들이 서산생활문화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동아리방은 음악관련 동아리방 하나, 소규모 전시 및 발표회가 가능한 공간 하나, 소모임 동아리방 둘 이렇게 총 네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활용성격에 맞게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동아리의 종류를 살펴보면 음악관련(바이올린, 기타, 플롯, 오카리나, 첼로, 우크렐레 등), 뜨개질, 도예, 미술, 공예, 토론, 독서, 외국어 등 가지각색이다. 나열된 카테고리에 원하는 것이 없다면, 내 기호에 맞는 동아리를 만들어 추가할 수 있다. 취미가 맞는 개개인이 모여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인원을 구성하고 커리큘럼을 기획하는 것이 동아리 운영의 원칙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생활문화센터는 이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포함한 다양한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산생활문화센터 동아리방
많은 동아리 사람들이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입소문에 의해 오시는 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다양한 계층이 이 공간을 활용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대부분은 40~50대의 중장년층입니다. 학생, 직장인,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으로 활용주체가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만의 색다른 문화동아리를 결성하고 부담 없이 문화를 향유하고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산시 측에 따르면 생활문화센터를 이용하는 동아리 구성원의 대부분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40~50대 주부들이라고 했다. 사실 10~30대는 학업과 취업에 대한 압박, 치열한 일선에서의 스트레스, 휴식에 대한 여유부족 등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서산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향후 잠재적 이용자가 될 10~30대들의 자발적인 참여 동기와 의지를 부여하고 독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이들의 참여를 대비한 공간, 시설, 시간 등의 맞춤형 플랫폼도 성실히 준비해야할 항목이다.
생활문화동아리 피플퍼스트(People First)
서산생활문화센터에 폭발적인 관심과 주목을 이끄는 생활문화동아리가 있다. 피플퍼스트(People First)2)라는 악기 연주 동아리이다. 이들은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8명의 학생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 2명으로 구성되어 총 10명으로 꾸려진 음악동아리다. 생활문화동호회는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동호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발달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동아리를 조직해 운영한다는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타 장애를 가진 사람들보다 사회진출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사회와 단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은 보호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이에 저희는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니 가능성을 찾아보자’ 라는 생각을 했고, 피플퍼스트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피플퍼스트는 동아리 이름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사업명이기도 합니다.
(좌)서산시청 김형식 주무관, (우)서산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한명진 팀장
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자주적으로 활동하면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모인 작은 동아리다. 구성원들 스스로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어떤 것을 배울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결정하며 활동한다. 이들은 충남장애인부모회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해당 직원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결정하는 것들을 실행에 옮기 수 있게 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한다. 피플퍼스트 구성원들은 매주 목요일 방과 후에 서산생활문화센터로 모인다. 여느 동아리와 똑같이 한데 모여 한 시간 가량 음악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다. 각자 연주하고 싶은 악기를 준비하고 연주할 노래를 선곡한 후 함께 어울려 합주하며 노래한다. 두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을 이끌기보다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활동이 밝은 분위기로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악기 사용에 도움을 주는 악기 지도자의 역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의 역할도 한다.
2) 피플퍼스트(people first)란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우 받자는 뜻을 내포한 단체로서 지적·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활동하는 조직과 운동이다. 1960년대에 스웨덴에서 정신지체인 클럽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1968년 장애인부모단체가 1회 자기권리주장대회를 여는 등의 운동을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으로 운동이 조직되어 나갔다. 피플퍼스트는 세계적인 지적장애인 당사자 조직으로 지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생활문화동아리 피플퍼스트 활동 모습
생활문화를 통한 즐거운 삶
인터넷을 통해 생활문화를 검색해보면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쏟아진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생활문화에 관심을 갖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은 시간적 여유와 물질적 풍요로움 등이 수반되어야만 향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선입견 때문에 문화생활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화 활동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관심만 기울이면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문화를 만나고 향유할 수 있다. 생활문화동아리가 아주 좋은 예로 보여 준 것처럼 문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 있고, 그 문턱 또한 낮다. 내 기호에 맞는 생활문화를 찾아보자. 내가 사는 동네의 문화시설 혹은 직장 내 소규모 동호회나 동아리, 학교 내 문화관련 수업이나 단체 등을 찾아 자신 있게 동참해보자. 생활문화 활동은 지친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건강한 즐거움과 흥미를 주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연령, 계층의 섞임·조화, 단절된 사회와의 통합 등을 가능케 하는 역할도 한다. 생활문화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과 삶의 활력소, 나아가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꼈으면 한다. 동아리가 됐든, 동호회가 됐든, 생활문화를 통해 작은 문화생활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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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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