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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트

0 9 │ “근대 대구로의 접속, 북성로 공구골목”

최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쇠퇴해가는 도시를 되살리려는 재생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재생사업은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환경을 정비하는 등 도시 외관을 가꾸는 것에만 집중하였다. 경관 정비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으나 고유한 지역 특색을 살리는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다. 수많은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이 넘쳐나는 시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도시재생의 방향에 대한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대구 북성로에서 도시를 연구하는 사단법인 시간과공간연구소 권상구 이사를 만났다.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전경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전경

 

 

1950, 60년대 미군 군수물자용 공구를 유통하는 상점들이 모이면서 형성된 북성로 공구골목은 시간이 중첩된 매력적인 곳이다. 북성로 일대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인정받아 2013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2017년까지 공구 기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전통마을로 추진할 계획이다. 북성로 공구골목의 활동이 관심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북성로의 문화와 역사와 관련한 기록들이 큰 역할을 했다.


 

“시간과공간연구소는 대구 중구를 기반으로 도심지 연구를 축적해왔습니다. 2011년에 결성이 되어서 현재는 북성로를 기반한 정부사업의 파트너로 뛰고 있어요. 현재 법인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북성로에서 하고 있는 시민참여 리노베이션을 지자체와 협력하여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은 도시의 시공간에 밀착해서 지역을 연구하고 기록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이런 작업들이 지금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재생활동들의 기반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도시 재생사업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의 기록이라는 근거를 가지고 북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결과물 1호가‘카페 삼덕상회’다. 2대에 걸쳐 운영되었던 삼덕상회가 문을 닫게 되자 대구 중구청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사)시간과공간연구소는 비어있었던 이 건물을 카페운영자와 함께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공간은 카페로 바뀌었지만 삼덕상회와 그 역사는 공구박물관에 그대로 재현되었다. 삼덕상회와 철원상회, 삼오기공의 자발적 참여로 공구, 철물, 부품, 생활물건 등을 기증하여 공구박물관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형성되었다. 이처럼 참된 도시재생은 ‘장소성을 살리는 시민참여’로 이루어지며 이것이 북성로 공구골목 재생사업의 기본원칙이다.


 

북성로 공구박물관 기술자 작업실 재현모습
북성로 공구박물관 기술자 작업실 재현모습

 

시민의 자본으로 리노베이션 중인 근대건축물
시민의 자본으로 리노베이션 중인 근대건축물


 

“도시재생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진짜 주민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 자본의 참여죠. 그래서 시민의 돈이 이 사업에 참여되려면 일이 허투루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된다면 재생사업에서 가지고 있는 펀드도 시민의 자본을 이끌어내는 돈이 되겠죠. 훨씬 더 확장성이 생기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시민들의 진정한 욕구와 자본참여를 이끌어 내야지만 재생사업이 성공한다는 거죠.”


 

북성로 공구골목 재생사업이 여타 도시재생사업과 차별화되는 전략은 시민이 도시의 보존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보수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진 대구를 도시가 가진 근대문화에 초점을 맞춰 시민과 함께 대구를 근대문화유산의 메카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처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한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한 도시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갖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생사업을 통해 잘 가꿔진 도시의 임대료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다. 일명‘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에 대한 북성로 공구골목의 대비책이 궁금했다.


 

1) 젠트리피케이션은 간단히 말해 침체된 도시 지역에서 재개발, 재활성화 등의 사업에 의해 기존 주민들이 쫓겨나는 과정을 의미한다(김규원, 「도시의 바이러스로서 예술가-도시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 있어 예술가의 존재와 현상에 대한 검토」,『문화정책논총』제28집 제1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4, 122쪽 재인용; Lees, L., Tom, S., & Wyly, E, Gentrification, Routledge/Taylor&Francis Group; New York 2008).


 

“그 문제에 대해 제가 가진 논리를 말씀드리자면 먼저 우리가 도시를 만든 적이 없다는 거죠. 우리는 일제로부터 빼앗겼던 도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다보니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 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죠. 일단 그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뭐냐면 도시는 세입자들의 임대비 저항에 의해 생성되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는 겁니다. 어떤 특정한 공간의 임대료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 공간의 활동이 늘어난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세입자들 본인이 여기서 발생하는 활동보다 내가 내는 임대료가 높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지역으로 가는 것이 도시가 성장해나가고 발전해가는 방식이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이제야 도시가 그렇게 재생된다는 사실을 이해를 한 거죠. 그리고 도시는 절대로 부동자산 소유자인 지주들만이 만들어 가는 곳이 아니거든요.”


 

북성로의 재생사업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비해 처음부터 북성로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건물을 사서 사업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사업 참여자 상담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 상담을 진행한다.


 

리노베이션 사업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믹스카페 북성로’
리노베이션 사업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믹스카페 북성로’

 

복합 게스트하우스‘더 한옥&스파 키친 1916’으로 재탄생한 60년대 한옥과 근대시기의 창고
복합 게스트하우스 ‘더 한옥&스파 키친 1916’으로 재탄생한 60년대 한옥과 근대시기의 창고


 

“건물을 사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준비하는데 1년을 상담합니다. 참여자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이것이고 자신의 콘텐츠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어디에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상담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하고 있는 사업의 첫 번째 과정이 바로 부동산 상담인 이유입니다. 그렇게 자기 욕구에 맞는 건물을 고르면 준비한 자본을 가지고 건물을 사는 거죠. 건물을 사는 거라면 이 사업의 참여자가 되는 거고, 지원센터가 준비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설계자, 설계위원, 고증자, 시공자 이런 분들을 다 붙여드리는 겁니다. 건물 하나를 사서 마지막 완공하는 데까지 들어가는 시민들의 스트레스량을 줄이는 것, 바로 이 도전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일인 거죠.”


 


 

북성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속도는 대구 맞춤형인 것 같다. 사업 완료에 조급해하지 않고 사업의 완성기간을 길게 봄으로써 시민들이 사업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차근차근 골목을 그리고 도시를 가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사업 이후 북성로에서 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까.


 

(사)시간과공간연구소 권상구 이사
(사)시간과공간연구소 권상구 이사

 

“제가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더라도 되돌아 올 수 있는 도시, 그리고 지역에서 바로 세계로 나가는 어떤 활동이나 세계적인 프로젝트, 세계로 접속할 수 있는 키워드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겁니다. 최근에 만들어낸 저만의 키워드는 인터로컬(interlocal)입니다. ‘지역과 중앙’의 억압적 교류가 아닌 ‘지역간 교류’ 즉 지역과 지역이 자유로이 만나는 거죠. 지역에서 바로 세계로 접속하자는 겁니다. 여기 북성로만 연구해도 여기 살았던 사람이 일본사람이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수많은 지역과 인터로컬 교류가 발생하는 거죠. 대구-히로시마, 대구-오카야마, 대구-후쿠오카 이런 식으로 일제강점기 때 대구에 살았던 사람을 추적하고 그 사람들과 북성로에서 현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활동들이 저의 돌파구에요.”


 

지금까지의 북성로에서 이루어지는 재생사업이 대구 안에서 또 다른 시간의 대구를 만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계와 접속하는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의 향후 10년을 기대해본다.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이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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