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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트

11 │ 원도심, 문화예술로 다시 숨을 쉬다


부산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는 한 때 시청과 관공서, 은행, 언론기관, 출판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부산의 핵심적 업무지구였으며, 행정의 중심지이자 문화중심 도시로 주목받던 지역이었다. 1998년 시청이 연산동으로 이전하면서 언론사와 출판사 등도 다른 곳으로 대거 이동했고, 그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다. 이 때문인지 이 지역은 원도심(原都心)이라 불리며 쇠퇴한 도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이 쇠퇴한 도시 이미지에서 문화예술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다. 비어 있던 집과 건물에 사람들이 다시 채워지고 골목마다 활기찬 에너지가 넘친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아니 이미 변화가 거듭되고 있는 이곳은 많은 문인과 예술인들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활력을 계속 불어 넣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또따또가’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것이기에 원도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을까? 원도심 창작 공간 ‘또따또가’의 김희진 운영지원센터장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도심 창작 공간 또따또가

‘또따또가’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따또가’는 무슨 뜻이며 어떤 프로젝트일까? ‘또따또가’는 관용, 배려, 문화적다양성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에서 ‘또’를 차용했고,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와 거리나 지역을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합성하여 우리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따또가는 거리·지역을 다르게 부르는 것일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또따또가는 부산 중구에 위치한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의 창작공간으로 이전의 이미지가 탈바꿈된 인문, 예술, 문화의 거리이다. 이 거리는 또따또가를 지원하는 운영지원센터와 창작자들의 작업 공간(22개소 74실)이 밀집해 있고, 예술가들의 작품 감상을 비롯해 그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또따또가는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하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거나 역량 있는 혹은 가능성은 있으나 창작공간이 없는 예술가, 작가, 문인 등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여 자유로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그런 그들의 재능 일부를 원도심 재생사업 혹은 문화예술 확산에 기부하도록 하여 많은 관광객이나 지역 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환원하는 형태의 대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들의 창작공간은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의 골목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각 공간마다 또따또가의 공간임을 나타내는 표지가 걸려 있다.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

 
또따또가를 운영함에 있어 지원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까? 또따또가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희진 센터장에게 또따또가 운영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운영지원센터의 역할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작업공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안정적이고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또따또가는 임대형 프로젝트이기에 지역의 건물주들과 공간임대에 관련한 업무들을 진행하고 있고, 입주 작가들을 선발하기 위한 업무도 보고 있습니다. 작가는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3년간 입주해 활동하는데, 이들이 불편함 없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적이 지역문화의 활성화와 시민들에게 문화혜택을 주는 것이기에 관련된 문화 사업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따또가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창작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예술창작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지원하고,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해 예술가들의 역량을 기부하도록 하여 예술가와 지역주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예술가들과 지역주민이 함께 문화를 만들어감으로서 지역주민들의 지역애(愛)를 돋울 뿐만 아니라, 결과물 공유로 지역 상권까지 활성화 되고 있으니 ‘종합상생프로젝트’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입주 작가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또따또가 프로젝트가 품은 예술 장르는 예술 전 영역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입주 작가들의 예술 영역은 큰 범위에서 시각예술, 문학예술, 공연예술, 공간예술, 문화매개 등으로 나뉘고, 그 안에 세부영역으로 다시 나뉜다. 사진, 연극·영화기획·연출·공연, 촬영, 디자인금속공예, 회화, 출판, 전시, 설치미술, 조각, 강좌, 글쓰기, 평론, 국악, 무용 등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된 모든 장르의 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3년간 무상으로 창작실을 임대해 자유롭게 개인 창작활동에 매진한다. 아침에 늦게 문을 열어도, 저녁 늦게까지 창작실을 사용해도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또한 입주 작가들의 작업공간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들이 작업실에 들어가면 작업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작품과 작업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착 활동의 결과물은 공연, 전시, 강의 등 개인적 활동에 활용하기도, 또따또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도 한다.
 
또따또가 프로젝트 운영 후 원도심에 찾아온 변화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는 예술창작자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전시, 공연, 강좌, 교육 등 지역주민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이 시민 참여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외부 관광객이 그것을 보기 위해 찾아옴으로서 지역 일대는 이미 원도심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이다.

변화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입니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거예요. 이로 인해 업종의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고요. 또,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보는지 건물주들도 최근 사이에 많이 바뀌었어요.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이겠죠. 어떤 분들은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생각했을 것이고, 어떤 분은 문화를 가까이 함으로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음...최근 관(官)이나 유사한 일들을 하는 곳들의 인식과 방향도 상당부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문화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을 함께 해주고 있죠.
 
이 지역은 아직도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지역 일대가 또따또가 프로젝트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운영에는 분명 많은 대가가 따랐을 것이다. 2대 센터장으로서 또따또가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면서 지난 4년 간 보람된 일도 많았겠지만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운영에 있어서의 어려움
 
아무래도 많은 작가들과 소통하고 많은 창작 공간을 관리하려면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문화프로그램의 기획·운영, 많은 교육 프로그램 개설과 출판까지 감안한다면 운영인력에 비해 엄청난 양의 업무량이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어려운 일들은 바쁠 때 생깁니다. 일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가 되면 업무과부화가 걸리죠.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저를 포함해 총 3명밖에 안되는데 작가가 350명에 관리 공간은 74개실입니다. 한 분 한 분 의견들을 듣고 조율하다보면 놓치는 부분도 있고, 실수하는 부분도 있죠. 다행히 입주 작가들이 운영센터 기준에 잘 맞춰주고 있는 편이라 현재까지 큰 무리 없이 운영되어 왔습니다.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돌방상황들이 있을 때도 있는데,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들이 조금 힘들 때도 있습니다.
 
김희진 센터장은 많은 예술가들과의 의견조율, 예상치 못한 돌방 상황 등을 제외하고는 무난히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고 했다. 이는 또따또가 프로젝트의 운영체계와 기준이 명확하고 탄탄하다는 말도 되고, 운영진이 작가, 지역주민, 건물주, 관(官) 등의 사이에서 절충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말도 된다. 이어 김희진 센터장은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지원된다면 프로젝트를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의 또따또가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에 지금과 같이 문제없이 운영하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향후 계획에 새로운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금처럼 공간을 대여하기보다 국가적 차원에서 건물을 매입하여 임대문제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안정기가 왔으면 합니다. 임대비를 줄이면 그 예산으로 다양한 사업이나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관 혹은 단체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또, 아카이브 북(archive book)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6년간 참가했던 작가들의 개인 포트폴리오를 한 데 묶어 책으로 간행하는 것이죠. 입주해 있었던 기간 안에 개인 활동이든 관련 활동이든 전부 묶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지는 아카이브 북은 예술가 개인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도 될 수 있게끔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활동들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계획들도 지역의 재생, 지역주민과의 소통, 예술가들의 창작지원 등 또따또가가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취지에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최근 쇠퇴하가는 지역을 재생하려는 움직임이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그 매개가 문화가 됐든, 예술이 됐든, 다른 물질이 됐든 기존의 것을 없애기보다 다시 활성화 시키거나 현 시점에 맞게 재가공하는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따또가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발 맞춰 가는 듯하다. 기존 지역재생사업과 차이를 둔다면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주민이 되어 기존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고무적인 현상이다. 놀랄 정도로 변한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 변화가 진행 중인 이곳의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이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