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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트

13 │ 현대적 실학의 만남, 실학박물관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실용적인 삶을 살고 있다.
첨단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에서 실용의 개념은 이미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이다.
하지만 조선후기에 실용의 개념은 급격한 사회변화의 대응기제이자 사회구조적 부조리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이었다. 그리고 그 실용을 중시하는 학문이 바로 ‘실학’이다.

그렇다면 왜 현대에 실학을 조명해야하는 것일까? 실학박물관을 방문해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실학박물관은 실학 전반을 주제로 하는 국내 최초의 박물관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유적지 인근에 위치한다.
다산유적지에는 다산 정약용이 정조 사후 고향으로 내려와 경전을 공부하던 ‘여유당’, 그의 학문과 정신을 추모하는 ‘문도사’ 그리고 부인 풍산 홍씨와 합장된 묘소 등이 있어 실제 다산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열수(洌水)따라 다산의 뜻이 흐르고 철마산(鐵馬山)과 함께 그의 정신이 둘러싸고 있는 마재마을.
그 곳에서 실학박물관 정성희 학예사를 만나 실학의 현대적 가치와 실학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실학, 전시콘텐츠로의 탄생

 
 

  
실학박물관 전경(좌), 다산유적지 전경(우)

 


실학박물관은 조선후기 실학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2009년에 설립한 공공박물관이다.
실학박물관의 특수성은 학문·사상적 개념인 실학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라는데 있다. 박물관이 건립 당시에는 실학을 어떻게 전시콘텐츠로 구현하는가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전시자료의 다수가 고서이기 때문에 대중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건립 초기에는 실학의 가치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전시에 힘을 쏟았다. 


 


실학박물관 정성희 학예사

 

박물관은 총 2층 건물로 3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강당, 교육실, 회의실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전시실은 ‘실학의 형성’을 주제로 실학의 태동과 형성과정에 관한 유물과 자료가 전시 되어 있다.
임진왜란·병자호란에 따른 내부적 변화와 17세기 중국으로부터 서양문물이 도입되는 외부적 변화 속에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적 요구에 부응하여 탄생한 실학을 만날 수 있다.

제2전시실은 ‘실학의 전개’ 과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경세치용파, 이용후생파, 실사구시파로 구분되는 실학의 주요 가치와, 19세기 근대화시기의 개화파까지 연결되는 발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실학의 형성과 전개를 지나 제3전시실로 걸음을 옮기면 ‘실학과 과학’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16세기 이후 서양의 학문과 문물 전개에 따른 조선의 천문학과 지리학의 발전과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경기청백리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조선시대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된 218명의 인물 중 경기도에 연고지를 둔 60여명을 중심으로 한 전시이다. 청백리 정신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려주기 때문에 공직자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의미 있는 전시일 것이다.

 

 
    
실학박물관 상설전시실 모습 
 


실학으로 보고, 느끼고, 창조하다.

 

실학박물관은 상설·기획전시 뿐 아니라 실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체험· 문화 나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학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실학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개최로 학술적 성과도 동시에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실학박물관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실학박물관은 전시(상설·특별전), 실학연수(공·렴 아카데미), 어린이·청소년·가족대상의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인 ‘다산 공·렴 아카데미’이다. 목민관의 지침을 기록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중심으로 공직자 청렴교육과 다산유적지 답사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초등학생 대상 자연탐방 프로그램인 ‘실학자의 관찰노트’와 천문체험 프로그램 ‘달, 달 무슨 달?’,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학자의 삶과 업적을 통해 미래를 고민하고 체험하게 하는 ‘우리들의 다짐’ 등이 있다.

가족프로그램으로는 정약용이 유배시절 시집가는 딸에게 그려주었다는 매화 그림과 글을 가족과 함께 만드는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이야기’와 방학프로그램인 ‘방학아 놀자’, 전통과 현대의 과학을 통해 실학을 배우는 1박2일 캠핑 프로그램 ‘심쿵! 실학 별 스테이’ 등이 올해 진행된다.

 
                               
     ▲ 다산처럼(좌), 달, 달 무슨 달?(우) 
 


왜 지금도 실학인가?

 

실학박물관에서 뿐 아니라 실학을 현대적으로 접근·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은 각 분야별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실학의 현대적 가치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 실학과 기술의 융·복합, 실학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이 그 사례일 것이다. 이는 현대에도 실학정신이 여전히 살아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왜 조선후기의 실학이 현대사회에서 조명 받는 것일까?



실학은 보편적으로 사용가능한 개념이지만 조선후기 실학은 실용성 뿐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이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조선후기의 실학은 새로운 시대적 과제해결을 위해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러므로 실학은 현대에서도 당면한 시대과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역할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조선후기 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서든 실학은 필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실학박물관의 역할과 방향

 

실학박물관은 실학의 정신가치를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하고 대중이 쉽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실학박물관의 업적은 실학을 우리의 삶 속으로 가져왔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학박물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역할은 무엇인가.
 

실학의 가치를 대중에게 확산시키는 것이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예전에는 실학을 교과서에서만 배울 수 있었지만 실학박물관은 실학정신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개념임을 인식시키고 있다.
실학박물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조선후기 실학의 가치를 배움으로써 18세기 한 개인이었던 실학자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자 노력했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자 했는지에 대해 공감한다면, 실학의 가치를 자신의 삶에 투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학의 대중적 확산은 정신적 가치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가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개혁과 혁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실학박물관에 와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인문학이 조명 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가 어려울수록 정신가치를 삶의 동력으로 삼고자하기 때문이다.

 
  
▲ 옛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킨 '경기청백리 특별전'('16.5.23.~9.18.)



현대사회 그리고 인문정신문화

 

말씀하신 것과 같이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인문학을 주제로 한 서적 출판, 강연, 토크콘서트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문정신문화가 이슈인 반면, 소위 문·사·철로 표현되는 대학의 인문학과들은 통폐합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여전히 인문정신문화를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하는 부수적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학 또한 인문정신문화의 한 분야로써 인문정신문화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문정신문화의 가치와 확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
 

조선후기 사회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많은 실학자들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실학을 시대를 바꾸지 못한 실패한 학문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역사에서 쉽게 성공과 실패를 규정할 수는 없다. 선구적 가치가 동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후대에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문정신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인문정신문화는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산출되기 어려운 가치이다.

최근 인문정신문화를 찾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곧 우리 사회에서 인문정신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이 결핍된 사회이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문정신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문정신문화의 시각으로 사회를 폭넓게 바라보는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은 현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혁신의 자세로 사회를 변화시키려 했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도 이어져 사회의 문제와 결핍을 해소하는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학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삶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분별하는 기준이 된다.

최근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회문제가 심각하고 소득양극화와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각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열쇠로 인문정신문화를 제시해본다. 인문정신문화는 실학을 비롯하여 우리의 삶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신가치를 포함한다. 그리고 이 가치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학자처럼 생각하고 꿈꾸는 세상. 실학박물관에서 그 세상으로의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의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실학박물관’의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http://silhak.ggc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