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포트
14 │ 사회적기업 캔파운데이션, 사회와 예술을 잇다.
성북동 길상사(吉祥寺)로 가는 길, 작은 골목에 오래되고 낡은 집 한 채가 있다. 건물 외벽에 집과 닮은 이름의 ‘오래된 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 집은 사회적기업 캔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이다.
▲ 성북동의 오래된 가옥 두 채를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만든 ‘오래된 집’
사회적기업, 캔파운데이션
캔파운데이션은 민간차원에서의 미술계 지원을 목적으로 2008년에 설립되었으며 2011년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영리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데 비해 사회적 기업은 사회서비스 제공,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 지역 통합,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적 목적을 위해 영업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되고 같은 해 10월, 제1호 사회적기업이 탄생했으며, 2016년 5월 현재, 국내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1,548개(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이르고 있다. 서비스 분야별로는 문화·예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 약 12.6%에 달한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15 사회적기업 개요집>).
▲ 캔파운데이션의 사옥에는 복합문화 및 전시공간인 ‘스페이스 캔’이 자리하고 있다.
캔파운데이션의 경우, 작가 발굴 및 국내외 창작공간 지원, 해외 교류 전시,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 창작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과 사회공헌·예술창작체험 활동의 일환인 아트버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특히 캔파운데이션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젊은 작가의 창작지원이다. 이를 위해 전시공간인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레지던시인 ‘명륜동 작업실’과 해외 레지던시 ‘P.S.B.(Project Space in Berlin)-ZK/U’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에 위치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기관인 ZK/U(Zentrum für Kunst und Urbanistik : Center for Art and Urbanistics)와 협약을 통해 해마다 젊은 작가들에게 국제적인 문화교류 및 협업의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캔파운데이션 설립 이후 국내외 레지던시 지원 혜택을 받은 작가는 207명에 달한다.
▲ ‘스페이스 캔’에서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박혜민 작가가 베를린 ZK/U에 체류하며 선보인 프로젝트를 <캔파운데이션 ZK/U 레지던시 결과전> ‘떠남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진행 중이며(왼쪽), <오래된 집>에서는 베를린 박혜민 작가가 베를린 ZK/U로 떠난 사이 작가의 집을 박혜민 레지던시로 탈바꿈해 이 공간에서 3개월 동안 작업을 진행한 김하림, 안지선, 차지량 작가의 작품이 <머무름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 중이다(오른쪽).
예술을 싣고 달리는 아트버스 캔버스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함께 캔파운데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어린이 대상 아트버스 캔버스이다. 베이징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아트버스 캔버스는 2009년에 시작해 8년의 운영기간 동안 전국 327,120km를 달려 4,200명의 어린이들을 만나왔다.
▲ 아트버스 캔버스의 한쪽에는 캔이 지원하는 작가의 그림이, 다른 한쪽에는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왼쪽 위). 프린트 기계를 통해 아이들이 모노타입이라는 색다른 판화의 방식을 경험하도록 한 김홍식 작가의 수업 모습(오른쪽 위)과 아이들의 판화 작품(아래).
문화혜택에 없는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미술 및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버스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5개년 프로젝트인 ‘오! 재미(오! 재미있는 미술)’로 시작이 되었지만 5년이 넘어 캔버스로 이름을 바꾸고 지속되고 있다. 8주간의 정규프로그램을 마친 아이들에게는 수료증을 발급해주고, 함께 한 작업은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전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초기 콘셉트와 달라진 점도 많다. 대형 버스로 움직이다 보니 처음 의도한 것처럼 농촌으로 가기가 쉽지 않았다. 경비의 문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아트버스 캔버스는 상징성은 가지고 가되 기업 매칭과 같이 확실한 재정적 지원이 있을 때만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도기로 접어든 캔파운데이션에 미래를 묻다
캔파운데이션이 중점 사업으로 진행해온 작가지원이나 아트버스 프로그램이 모두 비영리 활동이다 보니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끝이 난 지금 새로운 도전에 봉착하고 있다. 재정자립의 문제이다. 개인 및 기업의 후원과 함께 다양한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가 어려워 구성원들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있다.
또한 캔파운데이션의 대표 사업으로 아트버스가 알려지면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 역시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창작 지원이라는 초기의 목표가 약화되었다는 우려도 있다. 자연스레 캔파운데이션의 최근 화두는 어떻게 작가 지원을 더 잘할 것인가에 있다.
이러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작가지원과 교육을 함께 성공적으로 지속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다.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
미술계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아트센터를 지향하게 된 이유는 이러한 위기감에서 기인한다. 캔파운데이션이 찾은 답은 지역사회와의 밀착에 있다. 김아미 홍보매니저에 따르면 지역 사회와 예술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작가에게는 예술 창작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되 동시에 지역예술의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성북동 ‘스페이스 캔’ 앞에서 열린 2012년 <마전터에서 교우하다>
국내 1호 사회적기업이 탄생한지도 어느새 10년이다. 그리고 지금 캔파운데이션은 과도기에 서 있다. 지금까지 캔파운데이션이 사회적기업으로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예술과 사회를 이어줄 새로운 답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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