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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트

16 │ 생각의 과정을 담은 건축·디자인미술관, SODA

폐건물이나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축은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여 상식을 깨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목욕탕이 미술관으로, 화물을 싣던 컨테이너가 미술작품으로 바뀌었을 때,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원래의 용도와 달리 새로운 용도를 선택하게 했던 생각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예술을 창조하는 인간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미완의 대형 찜질방 건물이 현재는 지역주민과 멀리서 온 관람객들로 채워진 건축·디자인 미술관(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으로 탈바꿈했다. 사람이 살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이었다.
 
 
사람이 바다에 있어요!
 
입구에 들어선 한 아이가 천장에 떠 있는 물고기를 보고 내뱉은 첫 마디이다.
 
바다의 안과 밖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처럼 아이는 미술관 곳곳에 스며든 바람, 빛, 풍경 그리고 예술작품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방이 뚫린 건물 벽 사이로 지나다녔고, 노천탕 속 사람을 올려다보곤 하늘을 향해 인사했다.
 

프로젝트그룹 숨쉬다의 ‘물고기의 꿈’


노순천의 ‘노천탕 속의 사람’
 
하늘이 보이는 집에서 아이는 마음의 가림막을 걷고 마음껏 기쁨을 표출했다. 거대한 자연과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탁 트인 전망을 내다보고 있었기에 철없는 아이로 보이지 않았다. 도심속 빌딩과 도로의 바쁜 속도감을 미처 벗어내지 못한 어른들만이 낯선 예술작품 앞에 어리둥절하며 아이의 뒤를 따랐다.
 
 
엄청난 생각의 과정이 있었다.
 
최근에 소다미술관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곳이 4년이나 방치되었던 미완의 찜질방 건물이고 목적 잃은 청소년들의 아지트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인근 지역의 개발계획이 지연되면서 지역 전체가 침체되었고 이 건물 역시 경제적 판단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었던 것이다.
 
노년의 건축주는 이 건물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때마침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권순엽 건축사와 장동선 디자인컨설턴트가 이 사업을 맡았다.
 
아무리 사용하지 않는 빈 건물이라지만 문화적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곳에 미술관을 세우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았다. 바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장동선 관장에게 건물 리모델링과 ‘건축과 디자인’을 콘셉트로 잡게 된 기획 과정을 먼저 물었다.
 

안녕동이라는 오래된 동네에 무슨 수로 사람을 불러 모을까. 이미 쓰레기였던 건물을 또다시 쓰레기로 만들 수는 없는데, 지속 가능한 건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많은 대화가 오갔어요. 결국 사람을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계속 생산되어야 지속적으로 사회공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창작을 위한 문화시설을 만들기로 한 거에요. 그러다 남편의 전공인 ‘건축’에 저의 ‘디자인’ 기획력을 접목해서 건축·디자인 미술관을 선택한 거에요. 처음부터 미술관을 열 생각은 없었어요.

 
젊은 부부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부족한 실내 공간을 채우기 위해 지역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컨테이너를 사용하여 미술관을 구성했다. 장동선 관장은 창작을 생각의 전환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성이 다해 버려진 건물도 관점을 달리하면 훌륭한 문화시설로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버려진 것들도 생각을 달리하고 보면 누구에게는 필요한 공간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소다 미술관 전경


옥상의 컨테이너 ‘ART BOX’

미술관은 만들어졌는데, 이곳에 관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장동선 디자인컨설턴트는 건축사의 아내였다가, 돌연 미술관장이 되어버렸다.
 
개관 첫 번째 전시는 소다미술관의 태생과 동렬에 있으나 미처 지어지지 않은 건축의 꿈 ‘RE:BORN’이었다.
 

사람들은 1개의 결과물을 보지만, 중간에 엄청난 생각의 과정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은 것을 실패라고 보지만,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모르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의 원천이기도 해요. 지어지지 않은 건축가들의 꿈을 재생하고 싶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홍보했는데 해외 포함하여 79명의 건축사가 참여해줬어요.

 
건축 조감도를 하얀 천에 프린팅하고 역시나 쉽게 버려지는 하얀 옷걸이에 걸어 전시했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에코 가방으로 다시 한 번 재생했다. 그녀는 우스갯소리로 운영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단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전부 재생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소다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그간 버려둔 꿈을 다시 생각하여 다른 누군가와 대체할 수 없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니?
 

결과 위주로만 사고하면 창의적인 생각이 없어져요. 아이들에게 “넌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벌써부터 브랜드 이름을 말해요. 아이들에게마저 자기 생각이 없어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마도 제가 엄마라서 더 심각하게 반응하는 걸지 모르지만, 제 자녀에게 직접 경험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이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지붕없는 갤러리 ‘ROOFLES GALLERY’


체험프로그램 ‘스카이샤워’를 즐기는 아이들

장동선 관장은 10년 간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이와 놀러 갈만한 곳이 없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파트를 나서면 도로가 있고, 시간당 돈 내야하는 공간밖에 없는데, 이런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에게는 꿈에 대한 욕구조차 생기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그네가 있는 집, 하늘이 보이는 집, 자기 생각이 있기를 원했어요.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길 바라는 장 관장의 기획 덕분에, 아이들은 마음이 향하는 대로 예술작품을 찾아다녔고 미래의 집을 상상했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엄마들이 미술관에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다미술관은 아이에게 남과 다른 방법으로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었다.
 
 
오래 놀고 싶은 소다미술관!
 
공사를 하다 만 건물인지라 작가들이 작품 설치할 때 벽의 파손 여부를 주의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많은 예술이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라고 하는데 소다미술관은 만져도 되는 예술을 아이들에게 경험시켜 주고자 했기에, 작가나 관람자나 마음대로 설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기획력을 인정받았고 2015년·2016년 2년 연속 ‘레드닷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분 본상을 받았다. 어느덧 지역주민과 멀리서 찾아온 관람객들, 젊은 작가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작년 10월말부터 회원제를 시작해서 벌써 800명이 모였다. 소다미술관은 이들과 함께 기획 전시, 플리마켓, 음악공연(소다스테이지) 등 각종 문화행사를 유지하기 위해 연회비만으로 운영 가능할 수 있도록 회원 1만 명을 꿈꾸고 있다.
 
 
마스플리마켓


소다스테이지  

 

“큰 꿈은 없어요. 제가 사회공헌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저와 제 아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계속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연회비 내고 아무 때나 마음껏 찾아와달라고 제안한 거고, 1번 전시료 내면 그 전시는 끝날 때까지 언제나 볼 수 있게 기획한 거에요. 예술은 관점의 전환이에요. 아이들은 그나마 생각이 빨리 변해서 괜찮지만, 어른은 관점의 전환이 어려워서 자주 봐야 해요. 그래서 예전에도 말했는데 동네 마실 나가듯 쉬는 느낌으로 편하게 방문해달라고 하는 거에요.”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자연처럼, 우리의 다양한 삶이 함께 어울려 지속되는 공간이길 바란다며, 언제든 다시 방문해달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지난 9월 20일 개막한 ‘Hide and Seek(숨바꼭질)’과 북디자이너 피터 멘델선드(Peter Mendelsund)의 디자인 표지가 내년 1월 22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니,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벼운 걸음을 권하고 싶다.
 
 

<문화리포트>는 우리 주변의 문화사례를 소개하는 메뉴입니다. 이 글은 문화융성위원회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문화융성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소다미술관’의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http://museumsod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