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나르미
2014 년 11 월
주민 참여 빛난 오페라 '춘향전'
지역 주민에서 배우로 변신한 배우들 모두가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무대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춘향이 널보니, 시상이 하나 떠오르는구나! 얼굴은 V라인~, 몸매는 S라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11월 26일,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문화회관 대극장. 능청스러운 변사또의 연기에 공연장에는 관객들의 박수와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흔히 알던 것과 사뭇 다른 춘향전의 대사를 맛깔스럽게 이어나가는 변사또를 보면서 이 공연에 대해 모르고 갔더라면 전문 연극인으로 깜빡 속았을 것이다.
춘향이도, 몽룡이도, 그리고 월매와 기생도. 모든 출연진이 마찬가지다. 춘향가를 시원하게 부르는 춘향이 하며,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춘향전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기생들도 모두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다. 마을 주민들이 8개월 동안 갈고닦아온 기량을 선보이는 오페라 ‘춘향전’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월 초, 동래구 지역 주민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한 자리에 모였다. 모두 우연치 않게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춤추는 숲속의 칸타빌레’라는 공고를 보고나서였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 중인 ‘문예회관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동래문화회관과 극단 ‘맥’이 힘을 합쳐 만든 프로그램이다.
첫 무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모두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기생 매향 역을 맡은 주민 이은정 씨는 “우연히 아는 사람에게 ‘칸타빌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자마자 인터넷으로 공고를 찾아보고 지원했다. 보는 순간 ‘신명나게 놀아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과 무대를 즐겨보고 싶었다.”며 지원 동기를 전했다.
‘연극과 오페라의 만남’이란 기획의도에 맞춰 오디오가 아니라
실제 현악 앙상블의 연주에 맞춰 공연이 진행됐다.
40대부터 60대까지 뜨거운 열정을 안고 모인 지역 주민 30여 명이 4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무대를 준비했다. 극단 맥의 이정남 대표는 “무대가 낯설고 연극이 처음인 참가자들을 위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춘향전을 선택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참가자들과 지역 주민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춘향전을 제시했다.”며 연극과 오페라로 꾸며진 이번 무대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칸타빌레 팀에서 맏언니이자, 기생 월매 역을 맡고 있는 최유진 씨는 “이런 무대가 처음이라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시작했다. 잘 알고 있던 춘향전으로 준비하게 돼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연극과 오페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준비하다 보니 대사 외우고, 노래를 준비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7개월간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지난 26일, 동래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오페라 ‘춘향전’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 지역 주민이 갈고닦아온 7개월간의 결실을 함께 즐겼다. 주민들은 이번이 첫 무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모두 자신의 기량을 여과없이 발휘했다.
춘향 역의 김영아 씨는 “긴장이 많이 돼 연습한 만큼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이렇게 멋진 무대에, 멋진 사람들과 함께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첫 무대의 감동을 전했다.
몽룡 역의 안효영 씨도 그동안의 소중한 시간을 회상하며 소감을 전했다. “연기부터 노래까지 배우고 느끼는 것도 많았지만, 팀워크를 통해 그 이상의 교류를 해나갔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며 “항상 관객 입장에서만 봤었는데 실제로 배우의 입장이 되어 보니 더욱 뜻깊은 경험이었다. 지역 주민이 모여 만들어낸 멋진 무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최신곡까지 겸비한 신개념 춘향전.
마을 주민들이 8개월 동안 갈고닦아온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때마침 공연일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만큼 이번 공연은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멋진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다.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나래 씨는 “집이 근처이기도 하고, 연극과 오페라라는 특이한 형식의 공연에 끌려 오게 됐다.”며 “첫 공연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흥이 넘쳤던 공연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항상 관객의 입장이었던 이들. 그러나 이날만큼은 그 어떤 단역배우도 주인공처럼 빛이 났다. 오랜시간 노력하고 준비해온 이날의 무대는 오롯이 주민들의 것이었고, 그들의 첫 연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준 관람객들에게도 기억 속에도 오래도록 간직될 무대였으리라.
객석을 가득 매운 관람객들은 주민들의 첫 공연에 큰 힘을 실어줬다.
본 문화가 있는 날 콘텐츠는 다정다감 홈페이지에 게재 및 공유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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