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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르미

2014 년 9 월

특별공연 '가을소리'

[서울] 청명한 하늘, 선선한 바람, 풀벌레 소리. 가을이 한 뼘 더 가까이 다가왔다. 가을이 오면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감성에 젖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한다. 지난 24일, 9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이렇듯 허전해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됐다. 그 중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공연, ‘DDP 가을소리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의 모습. 사전 홍보가 부족했음에도 어울림 광장에는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
9월 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콘서트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소리’, 그 중에서도 ‘사람의 소리’를 주제로 오페라, 뮤지컬, 서도소리, 동요, 요들송 등 다양한 장르의 소리를 선보였다. 프로그램 역시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됐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서정림 연출가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열린 이번 ‘가을소리 콘서트’는 찾아가는 콘서트이다. 일부러 무대나 트러스를 설치하지 않고 조명 위주로 공간을 꾸며 일상의 공간이 예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연출했다”며 “오늘 콘서트를 찾아준 분들이 다양한 색깔의 소리를 통해 마음을 풀고, 가을밤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리톤 박정민과 소프라노 오희진의 듀엣 무대.
바리톤 박정민과 소프라노 오희진의 듀엣 무대.
이들은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을 부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줬다.

 

공연의 시작을 열어준 소리는 오페라였다. 바리톤 박정민과 소프라노 오희진이 무대로 올라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줬다. 박정민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며 위풍당당하게 등장했고, 이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열창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소프라노 오희진은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의 삽입곡인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와 김동진의 ‘신아리랑’을 노래하며 사랑에 애달파하는 여인의 모습과 우리 민족의 정서를 풍부한 감성과 소름끼치는 고음으로 표현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곡으로 가을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함께 부르며 가을밤에 풍미를 더했다.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오페라의 뒤를 이은 두번째 소리는 뮤지컬이었다. ‘페임’, ‘맘마미아’, ‘모차르트’ 등 다수의 유명 뮤지컬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무대에 올랐다. 배해선은 시민들에게 친숙한 곡인 뮤지컬 캣츠의 ‘Memory’와 맘마미아의 ‘I have a dream’을 열창했고, 뮤지컬 배우다운 풍부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했다.

“극장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관객들과 가까이 소통하며 공연할 수 있어서 좋다. 이것이 바로 찾아가는 공연인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한 배해선은 ‘I have dream’의 마지막 소절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다음으로 우리 전통의 소리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서도소리 박정욱 명창이 창부타령과 아리랑을 10분간 열창했다. 창부타령은 ‘아니 아니 노지는 못허리라’는 가사로 유명한 경기민요의 하나이다. 고수의 느린 북 장단에 맞춰 구슬프게 시작한 창은 후반부에 빠른 장단으로 전환, 신나고 흥겨운 창이 됐다.

박정욱 명창은 ‘마지막 주 수요일 즐겨볼까~’, ‘매마수 아니 노지는 못허리라~’ 등으로 창부타령의 가사를 재치있게 바꿔 불러 흥을 자아냈다. 박 명창은 가사를 통해 덕담을 전하기도 하고 시집살이에 관한 해학적 가사로 많은 주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정욱 명창과 고수의 무대.
박정욱 명창과 고수의 무대.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명나는 무대였다.

 

관객과 함께하는 아리랑도 인상적이었다. 박정욱 명창과 관객들은 진도 아리랑을 한 목소리로 부르며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많은 어르신들이 중간 중간 ‘얼쑤!’, ‘좋다!’ 등의 추임새를 넣어가며 흥겨워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소리는 동요와 요들이었다. 천사같은 미소와 목소리를 지닌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무대를 빛냈다. 1962년 전쟁과 빈곤이라는 조국의 그릇된 이미지를 씻기 위해 창설된 리틀엔젤스는 전 세계 순회공연을 다니며 우리 문화예술의 우수성과 평화 애호정신을 널리 알려왔다. 어린 소녀들로 구성된 예술단이지만 대통령 표창을 수차례 수상했을 정도의 실력파들이다.

이날 이들은 고운 목소리, 아름다운 화음과 깜찍한 율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관객들의 입가에는 내 자식, 조카, 동생을 바라보는 것 같은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동요 메들리와 요들송 공연이 끝나자 일부 관객들이 “앵콜!”을 외쳤고 리틀엔젤스는 이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곡들을 엮은 메들리로 화답해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동요메들리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동요메들리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전 홍보가 충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은 많은 시민들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즐겼다. 오늘 공연을 관람한 직장인 이옥진 씨는 “업무 때문에 들렀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됐다. 끝까지 볼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새 빠져들어 끝까지 관람했고 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쉬웠다”며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오늘 처음 알게 됐는데 양질의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당동에서 온 주부 김기순 씨는 “친구의 소개로 오게 됐다. 평소 좋아하던 다양한 곡들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고 돈 주고도 못 볼 귀중한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며 미소지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시민들은 ‘감동적이었다’, ‘행복했다’라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과 감동이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시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공연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매달 문화가 있는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일 것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많은 국민들이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부터 지정한 날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다. 이날은 각종 공연, 전시회를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으며 미술관, 박물관, 고궁 등의 입장료가 할인되거나 무료이다. 다음 달 문화가 있는 날은 10월 29일이며, 행사 정보는 문화포털(www.culture.go.kr/wday)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정다감 기사 출처 reporter.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