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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르미

2015 년 4 월

연극 '슈퍼맨처럼' 관람기

4월 문화가 있는 날, 두 아이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찾아 연극 ‘슈퍼맨처럼-!’을 관람했다.
4월 문화가 있는 날, 두 아이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찾아 연극 ‘슈퍼맨처럼-!’을 관람했다.

 

“얘들아, 내일 학교 끝나면 연극 보러 대학로에 갈 거야.”
“엄마, 주말도 아닌데 연극을 보러 가요?”
“응,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거든. 당연히 초등생도 즐겨야지.”


 


 

지난 4월 29일 수요일, 초등 5학년 딸과 1학년 아들 손을 잡고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찾은 이유다. 엄마가 주말도 아닌 평일에 연극을 보여주겠다고 하니 두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가 있는 날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필자 역시 정책기자단을 하면서 ‘매마수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매마수,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한 제도로,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다.

5교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으로 향했다. 평일인 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날씨에 관람객이 적을 것 같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궂은 날씨에도 소극장 앞에는 단체로 관람 온 초등생들과 대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필자가 아이들에게 선물한 첫 번째 매마수 공연은 연극 ‘슈퍼맨처럼-!’.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에 보여주면 좋을 만한 연극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연극 ‘슈퍼맨처럼-!’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연극 ‘슈퍼맨처럼-!’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사진=학전블루 소극장)


 


 

‘슈퍼맨처럼-!’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초등학교 5학년 정호와 그의 동생 유나, 축구를 좋아하는 태민이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가족극이다. 2008년 초연 이후 올해 다섯 번째 공연되는 작품으로,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장애인먼저실천상 우수 실천상(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주관)을 수상한 바 있다.


 

공연 시작 전, 객석에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팸플릿을 보며 연극에 기대감을 보였다.
공연 시작 전, 객석에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팸플릿을 보며 연극에 기대감을 보였다.

 

문화가 있는 날 4시 공연, 객석을 차지한 관객의 절반 가량은 어린이들이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사진을 찍거나 조용히 연극 팸플릿을 펼쳐보기도 했다. 팜플릿에는 등장인물과 공연 줄거리뿐만 아니라 네발지팡이, 워커, 전동휠체어 등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보조기구 그림과 설명이 나와 있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연극이 시작되고 휠체어를 탄 정호와 동생 유나, 엄마가 등장하자 객석은 조용해졌다. 주인공 정호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얻었지만 스티븐호킹 박사를 좋아하고 휠-랜드 사장님을 꿈꾼다. 정호의 방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스티븐 호킹 박사의 초상이 걸려 있다. 동생 유나는 오빠와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몸이 불편한 오빠를 살뜰하게 챙겨준다.

주인공들이 연극 속에서 보여주는 일상은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과 다름이 없었다. 장애인 가족이 겪는 사회적인 어려움과 불편을 다루고 있지만 지나치게 불행을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았다.


 


 

“엄마, 저기 수화를 해주는 분도 있어요!”
연극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쪽으로 향했다. 연극 무대 위쪽에서는 수화통역사가 등장인물의 연극 대사를 수화로 전하고 있었다. 수화가 신기한 듯 따라해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전 블루 측은 매주 토요일 4시 공연과 문화가 있는 날 공연에는 전문수화통역사와 함께 하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연을 마련해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연극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로 연주하네. 통기타 소리 좋다!”
또한 연극 장면이 바뀔 때마다 통기타, 클라리넷, 알토 리코더 등 악기들을 활용한 서정적인 라이브 연주가 펼쳐져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길거리를 주었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전문 수화통역사와 함께 하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마련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극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전문 수화통역사와 함께 하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마련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극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사진=학전블루 소극장)

 

극장에서 나눠준 팸플릿에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뿐 아니라 연극에 등장하는 각종 장애 보조 기구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극장에서 나눠준 팸플릿에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뿐 아니라 연극에 등장하는
각종 장애 보조 기구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슈퍼맨처럼-!’은 장애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을 다루고 있어 조금 무겁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연극이 진행될수록 예상은 빗나갔다. 정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친구가 된 태민이가 각종 장애 보조기구들을 체험하는 것을 지켜보며 객석에서는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태민이가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불편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어린이 관객들에게는 휠체어, 유린백(소변 주머니), 의사소통보조기구, 워커 등 장애 보조기구들을 사용해보는 모습을 보면서 간접 체험의 시간이 됐다.


 

‘슈퍼맨처럼-!’은 5월 10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슈퍼맨처럼-!’은 5월 10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객석에는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자리해 연극을 관람했다.
객석에는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자리해 연극을 관람했다.


 


 

웃음과 가슴 뭉클한 감동 속에 80분간의 러닝타임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어린이들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고 연극이 주는 감동에 머무르는 듯했다. 배우들과 기념 촬영을 마치고 객석을 빠져 나온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감을 쏟아냈다.
“이 연극은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도 우리랑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아.”
“정호는 걸을 수 없지만 생각주머니는 아주 똑똑한 거 같아.”
“정호도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는 우리처럼 평범한 아이였겠지?”
“장애인은 몸은 불편하겠지만 우리와 다른 사람은 아니야.”
연극을 보고 나온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듣자니, 촉촉이 내린 비처럼 아이들 가슴에도 감동이 스며든 것 같았다. 연극이 주는 메시지를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는 ‘슈퍼맨’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8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어린이 관객들이 연극에 나온 배우들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8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어린이 관객들이 연극에 나온 배우들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슈퍼맨처럼-!’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슈퍼맨처럼-!’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하교 후 숙제하고 학원으로 향했더라면, 과연 이런 감성 충전 시간을 선물할 수 있었을까.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작은 일탈 ‘매마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들은 “5월에도 매마수 즐길 거죠?”라고 물었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보니, 어린이들이 ‘매마수’를 즐기는 경험이야말로 문화융성의 씨앗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 문화가 있는, 행복한 나라에 사는 아이들로 키우려면 지금부터 아이들과 함께 즐길만한 ‘매마수’ 목록을 꾸려보길 바란다.

다정다감 기사 출처 reporter.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