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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르미

2015 년 4 월

불광문고 문화행사

불광문고에서 열린 지역서점 문화행사의 전경
4월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29일, 불광문고에서 열린 지역서점 문화행사의 전경.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5 지역서점 문화활동 사업’을 통해
35개 서점에 220여 문화행사를 지원한다. 선정된 서점에선 ‘문화가 있는 날’을 중심으로
북콘서트, 독서토론회 등의 지역서점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주말이면 자주 들르던 동네 서점, 그곳에서 샀던 건 단지 책뿐만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제목은 잊었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며 아버지께서 앞장에 메모를 적어 선물했던 책, 고고학에 매료됐던 중학교 시절 부모님을 졸라 손에 넣었던 양장본의 역사책 등 숱한 추억이 그 동네 서점과 함께 켜켜이 쌓였더랬다.


 


 

온라인 서점과 프랜차이즈 서점에 밀려 어느 날 조용히 문을 닫았던 필자의 추억 속 그 서점을 4월의 문화가 있는 날, 불광동의 한 서점에서 다시금 조우했다. 불광문고는 20여 년간 이 지역을 지킨 동네 토종 서점이다. 지역 서점에서의 문화가 있는 날은 어떤 내용들로 채워졌을지, 지역주민들에게 이곳에서의 문화가 있는 날은 어떤 의미일지 매우 궁금했다.

이날 마련된 행사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아름다운 가치사전’,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등의 저서를 집필한 채인선 동화작가가 ‘책은 사람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라는 주제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5 지역서점 문화활동 사업’을 통해 35개 서점에 220여 문화행사를 지원한다. 선정된 서점은 ‘문화가 있는 날’을 중심으로 북콘서트, 독서토론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지역서점의 문화행사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동화작가인 채인선 작가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부모님들과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내 아이에게 적합한 책 읽기에 관해 아낌없는 조언을 들려줬다.

‘아름다운 가치사전’에 적혀 있는 낱말들을 맞추는 시간, “감기에 걸려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동생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은 무엇이라고 할까요?” 여기저기에서 고사리 같은 손들이 하늘로 올라간다.

‘배려’라는 다소 어려운 단어에도 아이들의 대답은 일사천리같다. 답을 맞힌 아이가 그 다음 문제를 낸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 어려운 단어에도, 책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이날 서점을 찾은 대부분의 강연 참가자들이 책을 선물받았다.


 

채은선 작가와 함께 한 낱말 맞추기 퀴즈에 아이들이 즐겁게 참가하고 있다
채은선 작가와 함께 한 낱말 맞추기 퀴즈에 아이들이 즐겁게 참가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2015 지역서점 문화활동 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는데, 올해 35개 서점에 220여 문화행사를 지원하다. 이 사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의 중소형 서점을 지원하고 독서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선정된 서점은 ‘문화가 있는 날’을 중심으로 북콘서트, 독서토론회 등 지역의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된다.


 


 

유치원생인 자녀와 함께 이날 행사를 찾은 이민주(서울시 불광동) 씨는 “아이에게 읽어주던 동화의 작가분께 직접 강연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그것도 집 앞 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다른 일도 접어두고 왔죠. 서점에서 이런 문화행사도 하니 좋네요. 요즘엔 도서관에도 좋은 강연이 많지만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저 같은 직장인 엄마들에겐 지역서점 행사도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며 서점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어려서부터 이 서점의 고객이었다는 유지현(서울시 불광동) 씨는 이날 4살 된 딸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았다. “지역엄마카페에서 오늘 행사를 알게 됐어요. 사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많은데 콘텐츠 질은 천차만별이잖아요. 제가 다니던 오래된 서점이기 때문에 갖는 믿음이 있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어려서부터 다니던 서점에 이제 아이와 함께 오게 된 거네요.”라며 지역서점 행사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두 번째 순서,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뚝딱뚝딱 세워지는 간이 무대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준비한 전래동화 ‘먹보장군’의 그림자극을 모두 기다리는 중이다.


 

이날 행사에선 ‘먹보장군’이란 전래동화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도서연구회의 그림자극이 공연됐다.
이날 행사에선 ‘먹보장군’이란 전래동화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도서연구회의 그림자극이 공연됐다.
간이 무대가 세워지는 시간은 한편으론 정감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겐 호기심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이 날 행사에선 이날 행사에선 ‘먹보장군’이란 전래동화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도서연구회의 그림자극이 공연됐다. 간이 무대가 세워지는 시간은 한편으론 정감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겐 호기심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순간이었다.

그림자극이지만 셀로판지 색색깔이 중간 중간 덧입혀진 신기한 그림자 인형들과 재미있는 내용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함께 온 엄마들도 흥미있게 그림자극을 관람했다.

서지은(구현초 5학년) 양은 “오늘 그림자극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림자극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동화작가 선생님과 수수께끼도 맞추고, 선생님 싸인도 받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라며 선물 받은 책을 보여줬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미 씨는 “무대를 아이들 앞에서 직접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다소 열악하긴 했지만 지역 서점에서 이런 행사를 갖게 돼 더 뜻깊은 것 같아요. 동네의 오랜 서점들이 계속 없어지잖아요. 20년 이상 자리한 동네 서점에서 이 동네 아이들에게 그림자극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서점 한 편에 간이무대가 들어서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림자극에 금세 빠져들었다.
서점 한 편에 간이무대가 들어서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림자극에 금세 빠져들었다.


 


 

이 오래된 지역서점에선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이 서점에서 토요일은 다소 특별한 날이다. 서점을 방문하는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책 읽어주는 행사가 10년도 넘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이 작업에 참여해 오고 있다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양승복 선생님은 “서점도 문화공간이어야 한다는 서점 측과 뜻이 맞아서 10년 넘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어요. 도서관이나 다른 공간에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지만 도서관 못지않게 자유롭고 열린 공간이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신간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 즐거운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양 씨는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가까워할 수 있도록 책을 읽어주지만, 책을 선택할 권한을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주고 자유롭게 함께 읽고 토론한다.”며 불광문고의 특별한 토요일에 대해 설명해줬다.

고나현(녹번초 6학년) 양은 “이곳에서 유치원 때부터 토요일 책 읽어주기 행사에 참여했어요. 어려서부터 다녔던 서점이라 친숙하고 책 읽기도 가깝게 느껴져요. 오늘 양 선생님이 그림자극을 보러 가자고 하셔서 함께 왔는데 책도 선물 받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라고 이날의 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고나현 양과 서지은 양은 동화작가 선생님을 직접 만난 것도, 그림자극을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채은선 작가에게 선물받은 책을 보여주었다.
고나현 양과 서지은 양은 동화작가 선생님을 직접 만난 것도,
그림자극을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채은선 작가에게 선물받은 책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선 재작년에도 오래된 지역서점 한 곳이 문을 닫았다. 누구나 기억 한편에 어린 시절을 함께 해온 동네 서점이 있을 것이다. 딸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은 주부와 서점을 놀이터 삼아 커온 초등학생을 만나며, 오늘도 새로운 추억이 불어넣어지고 있는 이 서점에서 추억 속 우리 동네 서점이 떠올랐다. 불광동 서점에서 맞이한 문화가 있는 날은 조금은 투박한 듯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정겹고 아련하게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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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기사 출처 reporter.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