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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르미

2015 년 11 월

천명관작가와 함께한 11월 문화가 있는 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단단히 옷을 입고, 조금은 생소한 한국문학번역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11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천명관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2001년 문을 열었다. 각 나라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문화의 경계가 낮아지고 있는 오늘날, ‘번역이라는 과정은 필수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한국의 문학과 함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출판 분야 뿐 아니라 전자책을 제작하고 보급하며, 뉴미디어를 통한 한국문학의 해외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이채운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다과 ⓒ이채운

 


▲한국문학번역원에 대해 소개해주시는 중 ⓒ이채운


한국문학번역원 1층에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데, 바로 그 도서관에서 천명관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 날 만남에는 정홍수 평론가가 함께했다. 작가님과 평론가님이 먼저 이야기를 하신 후에 질문을 받고, 대화하는 형식으로 만남은 이루어졌다. 정홍수 평론가는 천명관 작가를세상의 밑을 발바닥으로 걸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천명관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고래>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차였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항상 있었고, 추천도서 리스트에도 늘 올라 있어 익숙한 이름이었다. 파격적인 문체와 스토리라인이라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강연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대담(對談)과 같은 강연형태로 진행되었기에 소설을 읽지 않은 본 기자가 듣기에도 전혀 무리는 없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부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문학에 대한 신념 등을 엿볼 수 있는 갚진 시간이었다.

 

특히 작가님의 문학에 대한 신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에게 소설이란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작업이라 하셨다. “세상이 촘촘해지고 있다며 제도화된 문학계에 놀랐고, 자신의 글이 이렇게 문학계에 큰 파란을 가지고 올 줄도 몰랐다고 하셨다. 덧붙여 상상력이나 표현의 제한이 글쓰기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소설에 다양한 분야를 끌고 오는 것이 목표라고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또한 요즘의 문학은 자기 영역을 지키기보다는 대중적이 되었으며, 하나의 장르가 견고하기보다는 다른 장르들과 상호연관을 이루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 같다는 견해도 밝히셨다. 사실 그 동안 독서를 하면 그저 책을 읽고 내용을 생각해보는 것에서 끝냈기 때문에, ‘문학이라는 넓은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문학은 아직 나에게는 하나의 과목으로 다가오며 심하면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그들만의 세계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홍수 평론가님의 말씀으로는 우리나라의 문학이 일제강점기와 6.25시대를 거치며, 다루기 조심스러운 소재들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많아 소위 엄숙주의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엄숙함을 깨뜨린 ‘’작가님의고래가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40여분의 대담을 끝내고,질문이 이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강연장 ⓒ이채운

 

질문들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몇 가지 꼽자면, “영화 <고령화 가족>은 작가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 이 영화가 원작을 잘 담아낸 것 같으냐?”라는 것이 있었다. 여기서 작가님의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든 문학작품이든 그 장르만의 특성이 있다며, “만족하지 못하지만 만족한다라고 대답하셨다. 또한 고래의 상징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인상적이었다. “원시적 생명력의 거대함이 스러져가는 안타까움을 자본주의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나가고 싶었다.”라며 조금 곤란한 목소리로 말씀을 이어가셨다.

 

사실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부끄럽다. 정작 말해져야 하는 바는 작품 속에 침작되는 법이다. 읽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작가님의 그 말씀이 우리가 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 같았다.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규교과과정 안에서 국어문학을 배우며 답을 내고 숨은 뜻을 찾아내기에 급급해, 정작 작품을 읽고있는 나의 감정은 등한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질의응답까지 마무리된 후, 작은 사인회까지 끝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9시를 훌쩍 지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도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작은 싸인회 ⓒ이채운

 

문학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 먼저 경계 짓고 다가가지 않는 분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문학은 우리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가장 원초적인 작품이다. 우리의 삶이 곧 문학이고, 문학이 곧 우리의 삶이다. 깊고 긴 바다를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처럼 우리 삶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은 결국 문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학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말도 아니고 평론가의 설명도 아닌, 그 작품을 읽고 느끼는 나의 감정이다. 바람이 많이 차가워진 요즘, 따듯한 이불을 덮고 옆에는 든든히 귤을 챙겨두고 책장을 넘기며, 깊고 긴 삶의 바다를 한 번 헤엄쳐보는 것은 어떨까?
 

 

 

본 콘텐츠는 문화가 있는 날 제 1기 기자단 문화나르미가 작성한 것으로, 공식 블로그에 게재 및 공유한 콘텐츠 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 공식블로그 출처 http://pccekorea.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