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나르미
2016 년 10 월
오페라 감상 가이드 [1] - 당신이 오페라에 가지고 있는 오해 5가지
우리에게 친숙한 성악가 조수미 씨는
“클래식 음악에 친숙해지려면 길들어야 하고, 그렇게 길들면 반드시 그만한 보답이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감동을 받게 되고, 미지의 문이 열리면서 이제까지 보던 것과는 다른 빛깔의 세상을 보시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먼저 클래식 음악에 자기 자신을 길들이세요.”
라고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조수미 씨의 말에 반감이 생겼다면 아마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 지루하고 거북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드와 각종 예능 등 길들지 않아도 즐길 것이 많은 이 세상에 수고로운 노력까지 왜 해야 하냐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기엔 뭔가 부족하듯, 우리의 삶엔 어느 정도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뻑뻑한 삶 속에서 여유나 행복감, 수요미식회에서 MC 신동엽이 말하듯 ‘아, 내가 그래도 좀 성공했구나...’라고 말하는 자존감을 획득합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점으로 일반 서민들의 문화생활에 변화가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2007년에 2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그 전후로 수많은 기획 전시나 공연들, 와인 문화 등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이를 반증합니다. 실제로 마네, 세잔 같은 인기 있는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찹니다.
하지만, 아직도 클래식 음악 공연장과 오페라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은 여전합니다. 물론 이쪽 분야가 대중음악이나 TV 드라마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대중문화와는 성격이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유명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들이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것에 비하면, 공연장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옮겨지지 않는 것입니다.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선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수미 씨의 말대로 ‘길들여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연재할 글은 이 오페라에 길들여지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 교양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사람들이 오페라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데 영향을 주고 있는 오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오페라 티켓 값은 비싸다
비싼 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오페라 티켓 값이 비싼 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예매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 2016년 11월 <로엔그린> 공연의 티켓 가격을 보면 R석은 15만원이지만, D석은 1만원입니다. 주말의 영화관 가격과 비슷합니다. 물론 시야 제한과 음향에 대한 제한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페라가 무엇인지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시도해 보기에 부담스러운 액수는 아닙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일산 아람극장의 경우도 가장 저렴한 등급의 티켓 값은 2만원 정도입니다.
학생이라면 꽤 높은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초중고생은 무려 40%, 대학생도 30%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말에 영화관을 가는 것보다 오페라 한 편을 보는 것이 더욱 쌉니다. 이 밖에도 꽤 많은 할인사항이 있습니다.
오페라는 비싸니까 아예 예매 사이트에 접속조차 하지 않는 오해는 버리도록 해야겠죠?
2. 오페라는 길다
물론 긴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러닝 타임이 짧은 영화가 있고, 긴 영화가 있듯 오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페라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바그너의 작품은 피하는게 좋습니다. 초심자는 귀에 익숙한 이름과 제목에 이끌려 어디선가 들은 ‘바그너’란 이름에 멋모르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바그너의 작품은 대부분 깁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고 알려진 투란도트의 경우 약 2시간, 토스카도 약 2시간, 라 보엠도 2시간입니다. (그 반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총 4부작에, 각 부의 러닝 타임은 약 4시간입니다. 전곡은 16시간인 셈이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때문에 ‘발키리의 비행’을 안다고 2부인 <발퀴레>를 보러 갔다간...물론 매니아들은 바그너가 자신의 악극을 공연하기 위해 건립한 전용극장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에서 전 편을 감상하는 것이 성지순례와 같습니다.)
오페라가 성립되기 시작한 17세기의 사람들이나 현대의 사람들이나 공연 무대의 러닝 타임 길이에 대한 감각은 비슷합니다. 특별히 그때 사람들의 인내심이나 시간관념이 더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페라라면 무작정 길다고 겁먹거나 고개를 저을 필요가 없이 작품의 러닝 타임을 검색해보세요! 영화관에서 두 시간을 참는 것도 힘든 사람이라면 가장 짧은 러닝 타임의 작품을 선택해보세요.
러닝 타임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사이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오페라라 작품들의 평균 러닝 타임을 정리해 놓은 사이트입니다.
3. 오페라는 귀족 문화다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신사 숙녀와 웅장한 오페라 하우스 등입니다. 물론 소득이 높은 계층이 오페라를 많이 보러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페라는 시작부터 귀족 문화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상업적인 오페라 하우스는 1637년 베네치아에서 문을 열었는데, 현재처럼 티켓을 판매하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R석은 비싸고, D석은 저렴했는데요. 오페라의 형식적인 면 때문에 (연기가 이뤄지는 무대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공간도 필요합니다) 공연장을 크게 만들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객석은 많고, 다 채우기 위해선 귀족 부르주아를 대상으로만 티켓을 판매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차등 요금과 등급 좌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영화 같은 데서 등장하는 소품인 오페라글라스(한쪽에 손잡이가 달린 일종의 망원경)의 용도가 노래를 하는 오페라 가수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R석에 앉은 귀부인의 의상이나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보기 위한 용도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무대뿐 아니라 귀족 부르주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오페라 문화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4. 외국 사람들은 오페라를 다 알아들어서 재밌다
오페라가 애초에 서양에서 시작한 문화고 그들은 대사나 가사를 다 알아들어서 즐길 수 있는 것이지 한국인에겐 무리라고 일단 장벽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모국어로 창작된 오페라가 많은 이탈리아, 독일 사람들에겐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그렇다면 미국은? 영국은? 독일 사람들은 이탈리아어를 다 알아들을까요? 반대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독일어를 다 알아들을까요?
오페라는 노래인 ‘아리아’와 대사라고 할 수 있는 ‘레치타티보’로 이뤄져 있는데 레치타티보에서 서사를 설명한 뒤 아리아에서 감정을 노래하는 구성입니다. 실제로 외국 사람들도 오페라 전체의 대사와 가사를 모두 알아 듣고 보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리아의 가사 경우엔 못 알아 듣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오페라 공연장에는 자막이 뜨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막과 무대를 왔다갔다 번갈아 보면서 피곤해 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것인데, 가수의 아리아가 시작되면 자막을 보지 않고 편안히 노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폴 포츠가 ‘네순도르마(Nessun Dorma)’를 부르는 것을 보고 외국 사람들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감동을 느꼈던 것을 생각해 봅시다. 오페라를 즐기는 것은 대사, 가사를 모두 알아 들어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한 오해입니다.
5. 오페라는 다 진지한 비극이다
많은 내용이 비극이고 많은 작품의 내용이 주인공 여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납니다. 이는 오페라의 시작이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는 것에 기반을 둔 전통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레퍼토리인 이탈리아 오페라 내용의 특징이라 많은 사람이 오페라는 아주 진지하고, 구슬프게 부르짖는 소프라노의 아리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페라에도 엄연히 장르가 있습니다. 한때는 귀족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계층이 즐겼던 문화인 오페라에 하나의 장르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요?
희극 오페라를 이탈리아에선 ‘오페라 부파’라는 장르로 발전시켰고, 독일 오페라에서는 ‘징슈필’이라고 칭합니다.
오페라 부파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아주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로시나라는 여인에게 반했는데, 그녀는 바르톨로 박사라는 남자가 후견인으로 있다. 백작은 로시니가 바르톨로 박사와 결혼하기 전에 그녀를 뺏고 싶다. 백작은 이발사 피가로와 함께 그녀를 얻기 위한 작전을 짠다.'
오늘로 따지면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장르가 무슨 소용이지?” 어느 정돈 맞겠지만, 장르가 다른 이상 무대 장치, 연기 톤, 노래의 분위기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웃기는 오페라도 있으니 가서 보세요.’라는 말이 아니라 오페라가 마냥 진지한 분위기가 아닌, 다양한 내용과 분위기의 작품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네이버 영화를 검색해 줄거리를 읽고 예고편을 보는 정도의 노력은 한다면, 오페라에도 그 정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당연히 선호하지 않는 장르와 내용은 재미없기 마련입니다.
생각 보다 우리는 많은 작품의 오페라를 지금까지 접하며 살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CF 등 유명한 오페라의 아리아는 우리 귀에 매우 친숙합니다. 즉, 오페라가 우리와 너무 동떨어진 장르가 아니란 것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 콘서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직접 가수와 배우가 라이브로 연기, 노래하는 것을 직접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페라가 재미없고 어려워서 보기 힘든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오해를 접어두고 오페라 관람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클래식 음악에 친숙해지려면 길들어야 하고, 그렇게 길들면 반드시 그만한 보답이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감동을 받게 되고, 미지의 문이 열리면서 이제까지 보던 것과는 다른 빛깔의 세상을 보시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먼저 클래식 음악에 자기 자신을 길들이세요.”
라고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조수미 씨의 말에 반감이 생겼다면 아마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 지루하고 거북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드와 각종 예능 등 길들지 않아도 즐길 것이 많은 이 세상에 수고로운 노력까지 왜 해야 하냐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기엔 뭔가 부족하듯, 우리의 삶엔 어느 정도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뻑뻑한 삶 속에서 여유나 행복감, 수요미식회에서 MC 신동엽이 말하듯 ‘아, 내가 그래도 좀 성공했구나...’라고 말하는 자존감을 획득합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점으로 일반 서민들의 문화생활에 변화가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2007년에 2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그 전후로 수많은 기획 전시나 공연들, 와인 문화 등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이를 반증합니다. 실제로 마네, 세잔 같은 인기 있는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찹니다.
하지만, 아직도 클래식 음악 공연장과 오페라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은 여전합니다. 물론 이쪽 분야가 대중음악이나 TV 드라마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대중문화와는 성격이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유명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들이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것에 비하면, 공연장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옮겨지지 않는 것입니다.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선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수미 씨의 말대로 ‘길들여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연재할 글은 이 오페라에 길들여지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 교양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사람들이 오페라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데 영향을 주고 있는 오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오페라 티켓 값은 비싸다
비싼 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오페라 티켓 값이 비싼 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예매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 2016년 11월 <로엔그린> 공연의 티켓 가격을 보면 R석은 15만원이지만, D석은 1만원입니다. 주말의 영화관 가격과 비슷합니다. 물론 시야 제한과 음향에 대한 제한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페라가 무엇인지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시도해 보기에 부담스러운 액수는 아닙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일산 아람극장의 경우도 가장 저렴한 등급의 티켓 값은 2만원 정도입니다.
학생이라면 꽤 높은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초중고생은 무려 40%, 대학생도 30%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말에 영화관을 가는 것보다 오페라 한 편을 보는 것이 더욱 쌉니다. 이 밖에도 꽤 많은 할인사항이 있습니다.
오페라는 비싸니까 아예 예매 사이트에 접속조차 하지 않는 오해는 버리도록 해야겠죠?
2. 오페라는 길다
물론 긴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러닝 타임이 짧은 영화가 있고, 긴 영화가 있듯 오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페라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바그너의 작품은 피하는게 좋습니다. 초심자는 귀에 익숙한 이름과 제목에 이끌려 어디선가 들은 ‘바그너’란 이름에 멋모르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바그너의 작품은 대부분 깁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고 알려진 투란도트의 경우 약 2시간, 토스카도 약 2시간, 라 보엠도 2시간입니다. (그 반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총 4부작에, 각 부의 러닝 타임은 약 4시간입니다. 전곡은 16시간인 셈이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때문에 ‘발키리의 비행’을 안다고 2부인 <발퀴레>를 보러 갔다간...물론 매니아들은 바그너가 자신의 악극을 공연하기 위해 건립한 전용극장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에서 전 편을 감상하는 것이 성지순례와 같습니다.)
오페라가 성립되기 시작한 17세기의 사람들이나 현대의 사람들이나 공연 무대의 러닝 타임 길이에 대한 감각은 비슷합니다. 특별히 그때 사람들의 인내심이나 시간관념이 더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페라라면 무작정 길다고 겁먹거나 고개를 저을 필요가 없이 작품의 러닝 타임을 검색해보세요! 영화관에서 두 시간을 참는 것도 힘든 사람이라면 가장 짧은 러닝 타임의 작품을 선택해보세요.
러닝 타임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사이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오페라라 작품들의 평균 러닝 타임을 정리해 놓은 사이트입니다.
http://www.theopera101.com/operas/runningtimes.html |
3. 오페라는 귀족 문화다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신사 숙녀와 웅장한 오페라 하우스 등입니다. 물론 소득이 높은 계층이 오페라를 많이 보러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페라는 시작부터 귀족 문화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상업적인 오페라 하우스는 1637년 베네치아에서 문을 열었는데, 현재처럼 티켓을 판매하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R석은 비싸고, D석은 저렴했는데요. 오페라의 형식적인 면 때문에 (연기가 이뤄지는 무대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공간도 필요합니다) 공연장을 크게 만들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객석은 많고, 다 채우기 위해선 귀족 부르주아를 대상으로만 티켓을 판매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차등 요금과 등급 좌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프레데릭 헨드릭 케머러 ‘오페라글라스를 든 여인’,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팔고 있는 오페라글라스 ⓒ 오페라 보다가 앙코르 외쳐도 되나요
영화 같은 데서 등장하는 소품인 오페라글라스(한쪽에 손잡이가 달린 일종의 망원경)의 용도가 노래를 하는 오페라 가수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R석에 앉은 귀부인의 의상이나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보기 위한 용도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무대뿐 아니라 귀족 부르주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오페라 문화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4. 외국 사람들은 오페라를 다 알아들어서 재밌다
오페라가 애초에 서양에서 시작한 문화고 그들은 대사나 가사를 다 알아들어서 즐길 수 있는 것이지 한국인에겐 무리라고 일단 장벽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모국어로 창작된 오페라가 많은 이탈리아, 독일 사람들에겐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그렇다면 미국은? 영국은? 독일 사람들은 이탈리아어를 다 알아들을까요? 반대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독일어를 다 알아들을까요?
오페라는 노래인 ‘아리아’와 대사라고 할 수 있는 ‘레치타티보’로 이뤄져 있는데 레치타티보에서 서사를 설명한 뒤 아리아에서 감정을 노래하는 구성입니다. 실제로 외국 사람들도 오페라 전체의 대사와 가사를 모두 알아 듣고 보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리아의 가사 경우엔 못 알아 듣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오페라 공연장에는 자막이 뜨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막과 무대를 왔다갔다 번갈아 보면서 피곤해 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것인데, 가수의 아리아가 시작되면 자막을 보지 않고 편안히 노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폴 포츠가 ‘네순도르마(Nessun Dorma)’를 부르는 것을 보고 외국 사람들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감동을 느꼈던 것을 생각해 봅시다. 오페라를 즐기는 것은 대사, 가사를 모두 알아 들어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한 오해입니다.
5. 오페라는 다 진지한 비극이다
많은 내용이 비극이고 많은 작품의 내용이 주인공 여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납니다. 이는 오페라의 시작이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는 것에 기반을 둔 전통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레퍼토리인 이탈리아 오페라 내용의 특징이라 많은 사람이 오페라는 아주 진지하고, 구슬프게 부르짖는 소프라노의 아리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페라에도 엄연히 장르가 있습니다. 한때는 귀족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계층이 즐겼던 문화인 오페라에 하나의 장르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요?
희극 오페라를 이탈리아에선 ‘오페라 부파’라는 장르로 발전시켰고, 독일 오페라에서는 ‘징슈필’이라고 칭합니다.
오페라 부파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아주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로시나라는 여인에게 반했는데, 그녀는 바르톨로 박사라는 남자가 후견인으로 있다. 백작은 로시니가 바르톨로 박사와 결혼하기 전에 그녀를 뺏고 싶다. 백작은 이발사 피가로와 함께 그녀를 얻기 위한 작전을 짠다.'
▲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 대구오페라하우스
오늘로 따지면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장르가 무슨 소용이지?” 어느 정돈 맞겠지만, 장르가 다른 이상 무대 장치, 연기 톤, 노래의 분위기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웃기는 오페라도 있으니 가서 보세요.’라는 말이 아니라 오페라가 마냥 진지한 분위기가 아닌, 다양한 내용과 분위기의 작품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네이버 영화를 검색해 줄거리를 읽고 예고편을 보는 정도의 노력은 한다면, 오페라에도 그 정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당연히 선호하지 않는 장르와 내용은 재미없기 마련입니다.
생각 보다 우리는 많은 작품의 오페라를 지금까지 접하며 살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CF 등 유명한 오페라의 아리아는 우리 귀에 매우 친숙합니다. 즉, 오페라가 우리와 너무 동떨어진 장르가 아니란 것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 콘서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직접 가수와 배우가 라이브로 연기, 노래하는 것을 직접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페라가 재미없고 어려워서 보기 힘든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오해를 접어두고 오페라 관람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출처: 문화가 있는 날 공식블로그 http://pccekorea.blog.me